올해 분양한 아파트 절반이 수도권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흥행 확률이 높은 지역에 집중한 결과다. 전국 분양 물량은 전년 대비 46% 줄었지만 서울은 82% 늘었다. 이런 쏠림은 미분양 우려가 아직 높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8일 분양 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 집계를 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전국에서 분양한 민간 아파트의 49.4%가 수도권 단지였다. 이 비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39.2%에서 1년 사이 10.2% 포인트 높아지며 절반에 육박했다.
그렇다고 수도권 분양이 크게 늘어난 건 아니다. 오히려 급감했다. 수도권 분양 단지는 지난해 1~7월 4만2081 가구에서 올해 같은 기간 2만8757가구로 31.7% 감소했다. 그럼에도 이 지역 분양 비중이 커진 건 전체 물량이 더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1~7월 기준 전국 공급은 지난해 10만7346가구에서 올해 5만8222가구로 45.6% 축소됐다.
경색된 공급은 건설·분양업계가 몸을 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심리 위축 등으로 미분양이 잇따르는 등 분양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워지자 공급을 줄인 것이다.
수도권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건 이들 지역 시장 분위기가 그나마 낫기 때문이다. 인천은 지난해 1만660가구에서 올해 5137가구로 전국 평균보다 큰 폭(51.8%)으로 줄었지만 물량이 가장 많은 경기가 같은 기간 2만9659가구에서 2만414가구로 31.2% 감소하며 선방했다. 경기에서는 평택 ‘호반써밋 고덕신도시 3차’(평균 82.3대 1)와 ‘고덕자이센트’(45.3대 1), 파주 ‘운정자이시그니처’(64.3대 1), 의왕 ‘인덕원퍼스비엘’(11.1대 1) 등이 두 자릿수 경쟁률을 냈다.
지난해 1~7월 1762가구였던 서울 분양은 올해 같은 기간 3206가구로 82.0% 늘었다. 분양 단지마다 높은 경쟁률로 마감하며 독보적 강세를 보이자 공급이 더욱 집중되는 모습이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 ‘구의역 롯데캐슬 이스트폴’은 3.3㎡당 4000만원이 넘는 분양가에도 4만명 넘는 청약자가 몰리며 평균 24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부분 지역 분양이 크게 줄어든 비수도권에서도 부산 강원 광주는 물량이 늘었다. 1~7월 기준으로 부산은 지난해 4834가구에서 8803가구로 82.1% 늘었고 강원과 광주는 각각 100.0%(2132→4271가구), 186.9%(1053→3021가구) 뛰었다.
이에 비해 대구 대전 전남은 올해 들어 7개월 동안 각각 1개 단지만 분양하는 데 그쳤다. 다들 분양 단지 규모가 100가구에 크게 못 미치며 전년 대비 99% 감소했다. 경북도 98.4%(8425→131가구) 줄며 거의 바닥 났고 경남도 8338가구에서 1440가구로 82.7% 감소했다. 대구와 함께 ‘미분양 무덤’이 돼버린 세종은 7개월째 분양이 없다.
리얼하우스 관계자는 “수도권 집중 현상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이 위험이 적은 지역에 집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며 “서울에 대규모 정비사업 단지가 줄지어 분양을 앞두고 있어 당분간 수도권 쏠림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