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 “시의회 ‘생활임금조례’는 무효” 소송…대법서 패소

입력 2023-08-08 15:17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해 5월 12일 부산시의회에서 재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박형준 캠프 제공

박형준 부산시장이 시의회가 의결한 ‘생활임금조례’ 개정안에 대해 “시장의 예산안 의결권을 침해한다”며 무효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박 시장이 시의회를 상대로 낸 조례 개정안 재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인 박 시장 청구를 기각했다고 8일 밝혔다. 조례안 의결에 관한 무효 확인 소송은 특수소송으로 대법원에서 단심제로 심리한다.

부산시의회는 지난해 3월 ‘부산광역시 생활임금 개정 조례안’을 의결한 뒤 박 시장에게 이송했다. 개정안에는 박 시장이 생활임금 적용 대상인 전 직원의 호봉을 다시 산정해 생활임금에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이 남겼다. 생활임금제는 근로자와 그 가족들에게 최저 수준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주거비, 교육비, 물가상승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다. 시가 생활임금과 법정 최저임금의 차액을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2018년 생활임금제 도입 후 대상자들에 비해 고연차인 노동자들의 임금이 오히려 적어지는 ‘임금 역전 현상’이 나타나자 시의회는 이를 해결하고자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박 시장은 그해 4월 개정안이 시장의 고유 권한을 침해한다며 시의회에 재의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의회는 문제의 개정안을 원안대로 재의결해 확정했고, 박 시장은 곧장 대법원에 무효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시의회 손을 들어줬다. 박 시장 측은 생활임금 관련 업무는 지자체 사무가 아닌 국가 사무로서 시의회 조례 제정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생활임금조례 제정은 지자체 고유 사무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또 “개정안은 호봉 재산정 적용대상을 결정할 권한을 시장에게 위임하고 있고, 임금 상승분 결정 역시 시장 재량에 맡기고 있다”며 “지자체장의 예산안 편성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생활임금 지급에 관한 조례가 지자체장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지, 상위 법령을 위반하는지 여부에 대해 최초로 판단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