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이 시의회가 의결한 ‘생활임금조례’ 개정안에 대해 “시장의 예산안 의결권을 침해한다”며 무효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박 시장이 시의회를 상대로 낸 조례 개정안 재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인 박 시장 청구를 기각했다고 8일 밝혔다. 조례안 의결에 관한 무효 확인 소송은 특수소송으로 대법원에서 단심제로 심리한다.
부산시의회는 지난해 3월 ‘부산광역시 생활임금 개정 조례안’을 의결한 뒤 박 시장에게 이송했다. 개정안에는 박 시장이 생활임금 적용 대상인 전 직원의 호봉을 다시 산정해 생활임금에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이 남겼다. 생활임금제는 근로자와 그 가족들에게 최저 수준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주거비, 교육비, 물가상승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다. 시가 생활임금과 법정 최저임금의 차액을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2018년 생활임금제 도입 후 대상자들에 비해 고연차인 노동자들의 임금이 오히려 적어지는 ‘임금 역전 현상’이 나타나자 시의회는 이를 해결하고자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박 시장은 그해 4월 개정안이 시장의 고유 권한을 침해한다며 시의회에 재의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의회는 문제의 개정안을 원안대로 재의결해 확정했고, 박 시장은 곧장 대법원에 무효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시의회 손을 들어줬다. 박 시장 측은 생활임금 관련 업무는 지자체 사무가 아닌 국가 사무로서 시의회 조례 제정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생활임금조례 제정은 지자체 고유 사무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또 “개정안은 호봉 재산정 적용대상을 결정할 권한을 시장에게 위임하고 있고, 임금 상승분 결정 역시 시장 재량에 맡기고 있다”며 “지자체장의 예산안 편성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생활임금 지급에 관한 조례가 지자체장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지, 상위 법령을 위반하는지 여부에 대해 최초로 판단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