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사망 및 부상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 8일 또다시 근로자가 크게 다치는 사고가 벌어졌다.
이날 오후 12시41분 경기도 성남 중원구 상대원동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 A씨가 근무 중 다쳐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다.
반죽 기계에서 일하던 A씨의 왼쪽 배가 이동식 리프트와 설비 사이에 끼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맡은 작업은 원형 스테인리스 통에 담긴 반죽을 리프트 기계로 올려 다른 반죽 통에 쏟아내는 일이었다고 한다.
2인 1조로 리프트 기계 아래쪽에서 일하던 A씨는 동료 B씨가 안전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기계를 작동시키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B씨가 A씨의 안전이 확보된 것으로 착각해 작동 버튼을 눌러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즉시 출동해 A씨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며 병원으로 이송했다.
A씨는 사고 발생 30여분 만인 오후 1시12분 인근 병원에 도착했다.
A씨는 호흡과 맥박이 돌아왔지만 위중한 상태로 전해졌으며, 곧 수술받을 예정이다.
경찰은 공장 관계자를 대상으로 안전수칙 준수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책임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할 계획이다.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는 근로자 끼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SPC 측은 사고 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말 뿐이었다.
지난해 10월 15일에는 20대 근로자가 같은 SPC 계열사인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소스 교반기(혼합기)를 가동하던 중 사고로 숨져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해당 근로자는 가로·세로·높이가 약 1m, 깊이 50∼60㎝ 정도 되는 오각형 모양의 교반기에 마요네즈와 고추냉이 등 배합물을 넣어 섞는 작업을 하다 기계 안으로 상반신이 들어가는 사고를 당했다.
이 작업은 원래 내용물이 제대로 섞이지 않으면 직접 손을 넣어야 하는 위험 요소가 있어 2인 1조로 일해야 하지만, 숨진 근로자는 혼자 작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강동석 SPL 대표이사를 포함한 공장 관계자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이 사고 이후 SPC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치며 불매운동까지 벌어지자 SPC그룹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했다. SPC그룹은 향후 3년간 총 1000억원을 투입해 안전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12일에도 샤니 성남 공장에서 50대 근로자의 손가락이 기계에 끼어 골절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끼임사고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201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SPC 공장에서 발생한 산재사고 37건 가운데 15건(40.5%)이 끼임 사고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편 SPC는 이날 사고와 관련해 “불의의 사고를 당하신 직원과 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발생 즉시 전생산 라인을 곧바로 가동 중단했다”며 “현재 경찰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당사는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에 성실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