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장기소득공제펀드(청년소장펀드) 설정액 1위 상품이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이를 출시한 KB자산운용이 서둘러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고 있다. KB운용이 3대주주로 있는 기업 ‘골프존’을 주식 구성종목 중 가장 많은 비중으로 편입한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골프존은 시가총액 6000억원대 남짓한 코스닥 상장사로 올해에만 주가가 10% 가까이 빠졌다. 가뜩이나 외면받는 청년소장펀드를 향한 시장의 의구심이 더 커지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체 청년소장펀드 중 설정액이 가장 많은 KB운용의 ‘KB지속가능배당50청년형소득공제’ 상품은 최근 3개월(4일 기준) -0.5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코스피200(4.82%), KRX300(7.23%)에 투자한 인덱스펀드와 비교해 오히려 뒷걸음친 수준이다. 범위를 1개월로 좁혀도 이 상품의 수익률은 –1.41%를 기록한 반면 국내외 주식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1%대 흑자 수익률을 기록했다.
현재 출시된 청년소장펀드는 총 28종으로 전체 운용설정액은 약 39억원에 달한다. 청년소장펀드는 윤석열정부가 국정과제로 선정한 청년자산형성 정책의 일환으로 나온 상품이다. 특정 소득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연 40%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KB운용이 내놓은 4종 상품에 유입된 자금은 청년소장펀드 전체 운용설정액의 60%나 차지한다. 이 중 ‘KB지속가능배당50청년형소득공제’(13억8800만원)은 가장 많은 설정액을 유치한 펀드로 전체의 35%에 달한다. 이 상품의 부진한 수익률 원인으로 주식구성 종목으로 가장 많이 편입된 ‘골프존’이 지목된다. 골프존은 스크린골프 사업운영체로 KB운용이 3대주주다. 6월 기준 주식 구성종목에 편입된 골프존 비중은 8.61%로 1위다.
문제는 골프존의 지지부진한 성적이다. 골프존의 2분기 잠정 영업익은 전년 동기 대비 32.6% 감소한 307억원에 그쳤다. 향후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확 커졌던 골프산업의 전망이 줄곧 하향세를 그리고 있는 탓이다. 일부 증권사는 골프존의 목표주가를 기존 17만원에서 15만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코스닥시장에서 골프존 주가는 최근 6개월새 30% 가까이 내려앉았다.
상품의 본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해당 상품은 배당능력이 우수하면서도 저평가된 종목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추구한다고 소개됐다. 하지만 골프존 이외 나머지 편입 종목들은 삼성전자(6.07%), LG화학(5.34%), SK하이닉스(4.19%)등 코스피 우량주로 채워졌다. 골프존의 배당성향도 들쭉날쭉한 편이다. 2019년 79.3%에 달했던 골프존 배당성향은 3년 연속 하락하며 지난해 24.2%로 급감했다.
KB운용은 부랴부랴 포트폴리오 조정에 돌입했다. 골프존 비중을 기존 8%대에서 7%로 낮추고, 채권비중을 높였다. KB운용은 자산운용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화학 등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