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연인이 자신을 데이트 폭력으로 신고한 데 앙심을 품고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모(33)씨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이에 김씨는 본인이 세금으로 생활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형을 내려달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정도성)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등 혐의를 받는 김씨에게 무기징역과 신상정보 공개 고지·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하면서 “피해자는 교제 기간 피고인의 폭력적 행동에 시달리다가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에 의해 처참히 살해됐고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체를 유기까지 했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사건 원인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등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본건과 같은 보복범죄는 피해자 개인의 피해를 넘어 실체적 진실 발견을 목표로 하는 형사 사법 시스템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범죄이며 불특정다수인이 이용하는 상가 주차장에서 흉기를 휘두른 점도 죄책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검 심리분석 검사와 보호관찰소 조사 결과 피고인의 재범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도 확인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피고인을 우리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검찰의 구형에 대해 김씨는 ‘나에겐 사형이 적합하다’는 취지의 변론을 펼쳤다. 신림동·서현역 등 최근 잇따라 발생한 살인 사건을 의식하는 발언도 했다.
김씨는 최후변론에서 “거짓이 아닌 진실로 얘기한다. 죄를 지은 내가 나라의 세금으로 먹고 자고 생활하는 게 과연 맞느냐”고 반문하고 “사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뉴스로 살인과 보복살인 소식을 접하면서 마음이 무겁고 슬펐다”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내게 사형을 내려달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씨는 지난 5월 26일 오전 7시17분쯤 금천구 시흥동 한 상가 지하주차장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연인 관계였던 A씨(47)를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사건 당일 새벽 A씨의 폭력 신고로 먼저 경찰 조사를 받고 오전 6시11분쯤 경찰에서 나와 인근 주차장에 주차된 A씨 차 뒤에 숨어있다가 A씨가 조사를 마치고 나오자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이어 A씨를 차에 태우고 도주했다가 범행 약 8시간 뒤 경기 파주시 야산의 공터에서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김씨가 타고 있던 차량 뒷좌석에서 A씨 시신을 발견했다.
김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이달 3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