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사·정책 분리 후 현장조사 급증…한 달만에 109개 업체 조사

입력 2023-08-07 06:00

조직 개편 후 급증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를 두고 부실조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장조사는 증가한 반면 조사인력은 감소했기 때문이다. 금융, 사교육 등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분야에 대한 즉각 조사가 이어지며 자칫 공정위 조사권이 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오·남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공정위는 109개 업체 현장조사를 했다. 지난 1월(52개)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조직 개편 전인 1~3월 평균(71.6개)에 비교해서도 현장조사가 활발해졌다.

이같은 현장조사 증가는 조직 개편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지난 4월 조사와 정책 부서를 분리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개편을 앞둔 공정위는 주요 사건의 현장조사를 미뤄왔다. 담당 국·과장 교체가 예정된 상황에서 전임자가 현장조사 등 주요 정책적 판단을 하지 않기 위함이다. 이 때문에 조직 개편 후 병목 현상이 해소되며 현장조사가 증가했다.

조직 개편 후 성과를 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현장조사에 나선 측면도 있다. 조사와 정책 업무가 분리돼 업무 효율성과 전문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사건 처리까지 오랜 기간이 걸려 실적을 내기 어려운 만큼 당장 현장조사에 집중하는 것이다.

문제는 실적 경쟁하듯 이뤄지는 현장조사로 공정위의 신뢰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조직 개편으로 조사 인력이 감소한 반면 현장조사는 빈번해져 조사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36명이던 조사 인력은 지난 6월 358명으로 18% 줄었다.

자칫 공정위 조사권이 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오·남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체적 혐의를 바탕으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현장조사가 아닌 ‘먼지털기식’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이같은 지적은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공정위 현장조사가 잇따르면서 불거졌다. 윤 대통령이 금융 분야 독과점 폐해 개선을 주문한 이후 공정위는 지난 2월과 6월 2차례에 걸쳐 시중은행과 증권사 등을 조사했다. 사교육 이권 카르텔 혁파를 지시한 지난달에도 즉각 대형 학원의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김한규 의원은 “인력 충원 없이 현장조사만 늘리면 실질적 소득 없이 기업 겁주기에만 그칠 수 있다”며 “공정위의 조사인력 확충 등 조사 역량을 보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