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전북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 보낸 각국 부모들은 언론을 통해 열악한 대회 환경을 성토했다. 한국 정부가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국 콜로라도주의 저스틴 코덴은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14세 아들이 지난 4일 밤 심각한 탈수증으로 구토를 했지만 병원이 문을 닫아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며 “주최 측이 충분한 음식, 더위를 피할 공간 등 기본 요구 사항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안전하게 귀가하기를 바랄 뿐”이라며 “한국 정부가 전 세계에 사과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6500달러(약 850만원)를 들여 17세 아들 코리를 이번 잼버리에 보낸 미 버지니아주 크리스틴 세이어스는 CNN에 아들의 꿈이 “악몽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내 아들은 그게 얼마나 큰 돈인지, 자기를 (잼버리에) 보내기 위해 가족이 얼마나 많이 희생했는지 잘 알고 있다”고 호소했다.
영국 16세 소년의 한 학부모도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내 아들은 잼버리 현장이 ‘난장판’이라고 했다”며 “스카우트의 모토는 ‘준비하라’인데 한국 정부는 그렇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 학부모는 아들이 더운 곳에서 며칠을 보낸 후 기진맥진했다며 “일부 화장실은 더럽고 야영장은 그늘이 거의 없어 매우 더웠다”고 전했다. 이어 “야영장이 매립지에 있어 많은 아이의 몸이 벌레 물린 자국으로 뒤덮였다”고 덧붙였다.
영국 출신 참가자 소피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너무 덥고 종일 활동이 중단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끔찍하다”고 말했다.
영국 출신 한 스카우트 지도자는 스카이방송 인터뷰에서 “구급차가 사방에 있다”며 야영장 기반 시설이 더위를 피하기에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30명으로 구성된 팀에 품질이 불량한 작은 물병이 제공됐다며 “주최 측은 매시간 물 1ℓ를 마시라고 했지만 3분의 1은 병이 깨져서 샜다”고 말했다. 불결한 화장실, 영양학적으로 불균형한 식사에 대한 불만도 제기했다.
다만 AP통신은 일부 영·미 스카우트 대원들은 잼버리를 즐기고 있었으며 퇴영 소식에 실망했다고 전했다. 16세와 14세 아들을 잼버리에 보낸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레이몬드 웡은 “참가자가 퇴영 여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고 정말 즐거워하고 있다. 그들은 퇴영 소식에 매우 화가 났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