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양국 간 핵심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새로운 소통 라인 개설을 추진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새 소통 라인은 지역 현안이나 해양 문제 등 구체적인 내용에 초점을 맞춘 실무그룹 형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은 논쟁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소통라인을 개설하고 있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문제와 해양 문제에 초점을 맞춘 두 개의 실무그룹과 더 광범위한 지역 문제를 다룰 세 번째 그룹을 만들 것”이라고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실무그룹 구성 방안은 양타오(楊濤) 중국 외교부 북미대양주국장이 지난달 31일 워싱턴DC에서 고위 관리들을 만났을 때도 논의됐다고 한다. 앞서 중국 외교부도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양 국장과 만났을 때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미국 방문을 요청한 것에 대해 “미국과 소통을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과 소통라인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표한 것으로 해석했다.
다만 또 다른 소식통은 “양측이 아직 최종 합의에는 도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중 양국이 구체적인 소통라인 개설을 논의하기로 한 것은 양국 갈등을 진정시킬 진전으로 평가된다. FT는 “지난 6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 이후 관계 안정화를 향한 첫 번째 진전 신호”라며 “양국은 수개월 내에 세부사항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또 “실무그룹 개설 움직임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정상회담 때 양국관계의 바닥을 다지기로 합의한 목표의 가시적 발전”이라고 설명했다.
컨설팅업체 아시아그룹의 커트 통 매니저는 “양국이 핵심 이슈에 대해 임시방편이 아닌 체계적인 소통을 다시 시작하는 수년 만의 실질적 움직임”이라며 “외교적 소통을 통해 의도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은 국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싱크탱크 독일마셜펀드의 보니 글레이저 국장은 “북한이 핵무기 제거를 위한 회담에 복귀하도록 중국이 압력을 가하거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는 데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논의할 의향이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새로운 채널이 성과를 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