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산불’ 탄소만 2.9억t… 이상기후 시계 앞당겼다

입력 2023-08-04 10:21
캐나다 앨버타주 폭스크리크 인근 산과 농지에서 지난 5월 5일(현지시간) 화재로 일어난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들어 캐나다에서 발생한 전례 없는 규모의 산불로 2억9000만t의 탄소가 배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전 세계 탄소 배출량 25% 정도가 캐나다 산불로만 나온 것이다. 종전에 캐나다 연간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았던 2014년 1억3800만톤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섰다.

로이터통신이 3일(현지시간) 유럽연합 코페르니쿠스 대기감시서비스(CAMS)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올해 캐나다 전역에서는 수천건의 산불이 발생해 1310만 헥타르의 산림이 불에 탔다.

강도와 빈도 모두 역사상 최대 규모로 관측됐다. 불에 탄 캐나다 산림은 대한민국 전체 면적(약 1000만 헥타르)보다도 큰 규모다. 2016년, 2019년, 2020년과 지난해 캐나다의 산불 발생 면적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넓다.

재앙적 수준의 캐나다 산불 배경에는 이상기후 현상이 있다. 봄부터 평년보다 뜨겁고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며 작은 불씨만으로 큰불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졌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극단적이고 치명적인 화재 발생 가능성이 최대 30%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 온난화가 낮은 수준으로 진행될 경우다. 탄소 배출량이 억제되지 않으면 산불 위험은 2100년까지 최대 57% 높아진다.

산불은 탄소를 흡수하는 숲을 파괴해 탄소 배출의 악순환을 만들어 지구 온난화를 가속한다. 캐나다 북부의 냉대림은 2천억t 이상의 탄소를 흡수해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수십년 치에 해당한다.

이날 기준으로 현재 캐나다에서 1040건의 산불이 진행 중이다. 이 중 660건은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알려졌다. 캐나다 13개 주와 자치령 중 거의 모든 지역이 산불의 영향을 받고 있다.

캐나다 산불은 미국인들의 삶까지 침범했다. 화재로 인한 먼지가 바람을 타고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 토론토 등 지역을 거쳐 미국으로 남하했다. 이 지역 대기질이 급격히 악화해 공기 질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캐나다의 산불 시즌은 통상적으로 4월부터 9월까지 이어진다. 마크 패링턴 CAMS 선임 연구원은 “보통 북쪽 한대지역의 산불 연기 배출량은 7월 말과 8월 초에 정점을 기록한다”며 “탄소 배출량은 몇 주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