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송환 유혁기 “세월호 유족, 세상 제일 억울” [포착]

입력 2023-08-04 07:59 수정 2023-08-04 09:05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 유혁기 씨가 세월호 참사 발생 9년 만에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2014년 사망)의 차남 유혁기(50)씨가 세월호 참사 9년 만에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검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유씨를 체포해 이날 인천국제공항으로 송환했다. 유씨를 태운 여객기는 미국에서 출발이 늦어지면서 오전 7시20분쯤 착륙했다.

검찰 호송팀은 전날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내 한국행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미국 수사당국 관계자들로부터 유씨를 넘겨받아 체포 영장을 집행했다. 우리 국적기 내부는 대한민국 영토여서 체포 영장 집행이 가능하다.

포박된 채 입국장에 들어선 유씨는 ‘횡령·배임 혐의를 인정하느냐, 범죄인 인도 절차에 대해 어떤 입장이냐’는 취재진 물음에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재판 과정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도피했다고 하는데 어떤 입장이냐’는 질문에는 “단 하루도 도망 다닌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유씨는 또 취재진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할 말은 없느냐’고 묻자 “저는 그분들이 세상에서 가장 억울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 유혁기 씨가 세월호 참사 발생 9년 만에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씨는 미리 준비된 검찰 호송 차량에 타고 곧바로 인천지검으로 압송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유씨는 아버지의 측근인 계열사 대표들과 공모해 컨설팅 비용 등 명목으로 모두 559억원을 빼돌리거나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유씨가 장기간 미국에서 국내로 귀국하지 않은 만큼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유씨의 강제송환은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9년 만이며 2020년 미국 뉴욕에서 현지 수사당국에 체포된 지 3년 만이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 유혁기 씨가 세월호 참사 발생 9년 만에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인천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세월호 참사 직후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질적인 지배주주로 유 전 회장 일가를 지목하고 경영 비리를 대대적으로 수사했다. 당시 검찰은 유씨가 아버지인 유 전 회장에 이어 계열사 경영을 주도한 사실상의 경영 후계자라고 판단했다.

미국 영주권자인 유씨가 귀국하지 않자 검찰은 인터폴을 통해 적색 수배령을 내리고 미국 측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유씨는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국외로 도피한 4명 중 국내로 송환되는 마지막 범죄인이다.

유 전 회장은 세월호 참사 후 국내에서 장기간 도피 생활을 하다가 2014년 7월 전남 순천에 있는 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