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화점에서 발생한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을 목격했거나 가까스로 몸을 피한 시민들은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다.
사건이 벌어진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입구의 한 의류 매장 직원이라는 20대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난동을 피해 여러 명이 도망치는 걸 봤다”며 “오후 6시8분쯤 백화점에서 100명 정도 되는 사람이 우르르 뛰쳐나오기에 한 여성분 손을 잡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더니 ‘칼부림 났어요’라고 하더라”고 이날 연합뉴스에 말했다.
A씨는 “가게에 있던 손님들을 대피시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손에 피가 묻은 사람 등 3명이 가게로 들어와 영문을 물어보니 ‘백화점 내 매장 직원인데 등을 찔린 여성을 도와주다가 내게도 피가 묻었다’고 하더라”며 “이들과 우리 가게 직원, 다른 시민 등 15명가량이 50분 동안 가게 문을 닫고 숨죽인 채 대기하고 있었다. 지금도 너무 떨리고 말을 제대로 못 하겠다”고 했다.
해당 백화점 내 또 다른 의류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 B씨도 “대피하라는 말을 듣고 직원들이 피팅룸으로 숨었다”고 조선닷컴에 말했다.
일부 목격자들은 사건 발생 직후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서현역 인근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졌다고 알렸다. C씨는 트위터에 바닥이 혈흔이 묻어있는 사진을 올리면서 “서현역에서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다. 밖에 있는 분들은 나오지 말라”고 전했다.
D씨는 트위터에 “서현역 1층에서 사람 한 명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고 2층 문 앞에도 사람이 배 잡고 쓰러져 있었다”며 “사람들 다 놀라서 에스컬레이터 역주행했다. 버스에서 지나가면서 또 사람 쓰러져있는 거 목격했다”고 적었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적잖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적 후유증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PTSD가 우려될 경우 분당보건소에 연락해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성남 분당갑이 지역구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계속해서 피해자들에 대한 후속 조치를 해 나가겠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한편 이날 오후 5시59분즘 해당 백화점 1~2층에서 피의자 최모(23)씨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흉기 난동 직전에는 경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고의로 들이받기도 했다.
최씨의 연속 범행으로 20~70대 시민 14명이 차량에 치이거나 흉기 찔려 다쳤다. 14명 중 12명이 중상자로 분류됐고, 교통사고 피해자 중 한 명인 60대 여성은 위독한 상태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초 신고 6분 만에 도주 중인 최씨를 발견해 현행범 체포했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불상의 집단이 오래전부터 나를 청부살인 하려 했다. 부당한 상황을 공론화하고 싶었다”고 횡설수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최씨의 정신 병력을 확인하고 있다. 마약 간이 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다. 경찰은 그의 모발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