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는 고난 체험…불만 많은 韓청소년들이 문제” 도의원 뭇매

입력 2023-08-03 18:07
더불어민주당 소속 염영선 전북도의회 의원. 전북도의회 제공

전북 부안에서 열리고 있는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에서 폭염과 시설 미비 등으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전북도의회 소속 의원이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귀하게 자라 불평·불만이 많다”는 발언을 해 빈축을 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염영선 전북도의원은 3일 김관영 전북도지사의 페이스북 글에 ‘잼버리의 저녁’이라는 제목의 댓글을 달았다.

잼버리 행사를 소관하는 전북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으로 전날 개영식에 다녀왔다는 임 의원은 “다른 의원들과 다수의 언론은 폭염 걱정을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충분히 감내할 만한 상황이었다”면서 “저녁에는 약간 습하지만 바람도 불었다. 최신식 화장실마다 에어컨 시설이 구비돼 있었다”고 전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의 페이스북 캡처

그는 “무엇보다도 잼버리는 피서가 아니다. 개인당 150만원의 참가비를 내고 머나먼 이국에서 비싼 비행기를 타가며 고생을 사서 하려는 고난극복의 체험”이라며 “대부분 해외 청소년들은 얼굴이 빨갛게 익었지만 해맑았다”고 전했다.

이어 “문제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이다. 집에서 금이야 옥이야 귀하게 자란데다 야영 경험이 부족하다”면서 “참가비마저 무료이니 잼버리의 목적과 가치를 제대로 몰라 불평·불만이 많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어두운 미래”라는 표현까지 썼다.

염 의원은 “이번 잼버리를 통해 청소녀들과 학부형들이 거듭나 전북과 대한민국이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글을 마쳤다.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가 개막한 지난 1일 서브캠프에 텐트들이 일부 설치돼있다. 세계스카우트연맹 제공

네티즌들은 염 의원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며 발끈했다. 한 네티즌은 “한낮 나무그늘에서도 숨이 턱 막히는데 다행? 한낮 잼버리장에서 3시간만 서 계시고 그런 소리하면 인정하겠다”고 지적했다.

잼버리 현장에 있는 봉사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네티즌도 “(에어컨 나온다는) 그 화장실이 몇 개 없다고 한다. 좋은 길로 왔다 좋은 길로 가셨으니 모르겠지만 오늘 아침에도 굴착기가 뻘흙을 걷어내고 있고, 애들이 그늘만 보이면 드러누워 있다. 잼버리 경찰서와 소방서에도 화장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염 의원은 자신의 글이 논란이 되자 작성 후 약 5시간 만인 이날 오후 해당 댓글을 삭제했다.

한편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원에서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전날 개영식을 열고 본격적으로 행사를 시작했지만 연일 이어진 폭염에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3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 내 잼버리 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열린 개영식에서 139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108명은 온열질환자로 파악됐다. 잼버리소방서는 개영식이 열린 전날 하루 동안 구급 출동 304건, 구조 1건, 응급처치 18건을 처리했다.

소관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잼버리 대회에서 폭염 대처 등에 미숙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준비가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사과했다.

이기순 여가부 차관은 이날 오후 잼버리 현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기획을 했을 때 (폭염 대비에 대해) 생각을 했으나 공사가 여러가지 진행되면서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지체된 것은 사실”이라며 “기대한 만큼, 만족할 만큼 준비를 못한 것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개회한 1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장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뜨거운 열기를 피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시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