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 꽂힌 현대차그룹, ‘전설’ 짐 켈러와 손잡았다

입력 2023-08-03 16:10
김흥수(오른쪽) 현대차그룹 GSO 담당 부사장과 짐 켈러 텐스토렌트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투자 계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 로보틱스,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가장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완성차 업체로 손꼽힌다. 그런 현대차그룹이 요즘 반도체에 꽂혔다. 차량용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인 텐스토렌트에 최근 5000만 달러(약 642억원)를 투자했다고 3일 밝혔다. 캐나다에 본사를 둔 회사다. ‘반도체 설계의 전설’로 불리는 짐 켈러가 최고경영자(CEO)다. 애플 아이폰의 ‘A칩’, AMD의 PC용 중앙처리장치(CPU) ‘라이젠’, 테슬라의 자율주행 반도체 등을 개발한 인물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가 향후 고성능 반도체 역량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에 필수적인 신경망처리장치(NPU) 기반 AI 반도체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추후에 로보틱스나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영역까지 협력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이 반도체 기술력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선 건 반도체가 미래 모빌리티의 성패를 가를 열쇠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계 덩어리였던 자동차가 전자제품으로 변모하면서 무게중심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겨가고 있다.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200개 정도지만 자율주행차에는 2000개가 넘는 반도체가 필요하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상황에서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연산하는 고성능 반도체 칩 확보는 필수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2020년에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트론의 반도체 사업 부문을 합쳤다. 반도체 연구개발(R&D)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올해는 반도체개발실을 신설했다. 외부업체와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반도체 역량 강화를 주도하는 조직이다. 올해 3월엔 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딥엑스와 로보틱스 서비스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어 6월엔 차량용 반도체 스타트업인 보스반도체에 20억원 규모의 후속 투자를 단행했다. 차량용 반도체에 필수적인 고성능 저전력 반도체 설계 기술과 자율주행에 필요한 AI 반도체 기술력 등을 갖춘 회사다. 지난 7일(현지시간)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글로벌 반도체 기업 인텔의 아일랜드 캠퍼스에 방문했다. 차량 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을 위한 시스템 반도체 기술, 공급망 관리 절차 등을 살펴봤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