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해병 1사단장이 국군 방첩사령부 소속 인사를 사칭하는 민간인에게 속아 해병대 영내에서 사칭인과 단독 면담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 사단장은 수해현장에서 구명조끼 없이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의 사망사고 책임자로 최근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런 지 얼마 안 돼 또다시 불미스러운 일에 이름이 거론된 것이다.
경북경찰청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로 방첩사 소속 사칭인 A씨를 지난달 19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4월 28일 오후 4시20분쯤 해병대 1사단에 무단 침입해 2시간30분 넘게 머물며 군 관계자들에게 자신을 국군 방첩사령부 소속이라고 사칭한 혐의를 받는다.
민간 경비업체 대표로 알려진 그는 군 관계자처럼 보이는 경광등을 설치한 차를 타고 해병대 1사단을 방문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병대 쪽에서 A씨를 군 관계자로 오인하기 충분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관련해 해병대 측의 별도 고의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해병대 1사단이 경계작전에 실패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해병대 일부 장병들은 A씨를 군 관계자로 오인해 신원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임 사단장과 10여분간 단독으로 만나 우엉차를 마시며 면담하기도 했다. 임 사단장은 면담 내내 그가 군과 무관한 민간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해병대 1사단은 A씨를 영내에 들이는 데 관여한 장병 4명을 징계했으나, 임 사단장은 상급기관인 국방부나 해군본부로부터 어떤 징계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대 장성급 인사의 징계 권한은 해군참모총장에게 있다.
임 사단장은 지난달 19일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순직한 채 상병의 생전 소속 부대장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달 28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채 상병 사망 사고와 관련해 “사단장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관련 내용이 사실상 사퇴 표명이라는 취지로 보도되자 해병대는 “책임을 다하겠다는 것이지 사퇴는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