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에 원하는 토익 점수로’…브로커·취준생 적발

입력 2023-08-03 14:36
텔레그램과 쪽지를 이용한 답안 전송 방식. 서울경찰청 제공

토익·텝스 등 어학시험 고득점을 원하는 취업준비생 등에게 수백만원을 받고 답안을 건넨 혐의를 받는 브로커와 의뢰인들이 검찰에 넘겨졌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업무방해 및 건조물침입 혐의로 브로커 A씨(29)와 의뢰인 등 총 20명을 이날 검찰로 송치했다.

A씨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SNS 광고를 통해 의뢰인 19명을 모집한 뒤 토익과 텝스 등 영어시험에 함께 응시해 모두 23차례에 걸쳐 몰래 답안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건당 300만~500만원을 받고 범행에 나섰으며 총 범죄수익은 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화장실 이용하는 부정시험 의뢰인. 서울경찰청 제공

A씨는 듣기평가 종료 후 화장실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했다. 문제를 빨리 풀어 쪽지에 답안을 옮겨 적은 뒤 화장실로 가서 미리 숨겨둔 휴대전화로 답안을 전송하거나 답안 쪽지를 화장실에 은닉하는 식이다.

의뢰인들은 몰래 숨겨 둔 휴대전화로 전송받은 답안을 쪽지에 옮겨 적거나, A씨가 남긴 답안 쪽지 자체를 시험장으로 갖고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의뢰인들은 대부분 20대 취업준비생 또는 학생으로, 취업에 필요한 자격을 갖추기 위해 부정 시험을 의뢰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A씨는 의뢰인들이 요구하는 점수에 맞춰 답안을 제공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A씨는 국내 유명 어학원에서 일하다가 퇴직한 뒤 도박자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범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이 등장하는 어학원 동영상과 강의자료 등을 내세워 의뢰인을 모았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한국토익위원회로부터 부정시험 의심자들이 적발됐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A씨의 신원을 특정한 뒤 그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의뢰인 명단과 차명계좌 거래내역 등을 확보해 의뢰인 검거에도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어 시험과 관련한 부정행위 첩보 수집과 단속을 계속할 예정”이라며 “부정행위를 발견하면 경찰에 적극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