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방 도어락만 낙찰…매수 거부하자 강력본드 바른 대부업자

입력 2023-08-03 10:35 수정 2023-08-03 10:42

경매를 통해 호텔 객실 수백개의 도어락에 대해서만 소유권을 따낸 뒤 운영사로부터 매수를 거부당하자 강력접착제로 망가뜨린 대부업자가 2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1부(재판장 김익환)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50대 대부업자 A씨에게 1심과 같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분쟁은 서울 시내 한 호텔을 위탁 운영하던 B사가 A씨가 일하는 대부업체에 4억원가량의 채권을 지면서 시작됐다. 대부업체는 2018년 4월 이 채권을 근거로 호텔의 여러 시설물 중 331개 객실의 도어락에 대해서만 집합동산 근담보권을 설정했다. 이어 이듬해 강제경매 절차를 통해 도어락을 낙찰받았다.

이 사이 호텔의 위탁 운영권이 일부 C사로 넘어갔다. B사가 45개 객실, C사가 247개 객실을 각각 위탁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A씨는 2019년 11월 채권 회수를 위해 C사에 도어락을 매수하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C사는 “도어락은 호텔 원소유자의 소유물이기에 경매 낙찰은 효과가 없다”며 거부했다.

이에 A씨는 같은 달 7∼8일 C사 위탁 운영분인 객실 200개의 도어락을 망가뜨렸다. 카드키를 꽂는 구멍에 강력순간접착제를 바른 종이를 넣어 카드키를 넣지 못하게 한 것이다. C사는 도어락을 전면 교체하는 42일 동안 영업을 중단해야 했다.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는 “경매를 통해 적법하게 소유권을 취득했는데, C사가 사용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고 도어락 회수도 방해했다”며 “도어락을 망가뜨린 것은 본인 소유물을 손괴한 자유로운 권리행사에 불과해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도어락의 소유권이 귀속돼 있었다고 하더라도 사용 대가 지급이나 그 인도는 민사소송 및 그에 따른 강제집행 절차를 통해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며 “자력구제에 나서 범행을 저질렀고 영업 피해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유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 역시 “피고인이 가진 정당한 권한을 행사한 수준을 넘어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로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며 “미필적이나마 C사의 업무가 방해될 것이라는 인식이나 예견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고의 역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죄질이 좋지 않고 합의하지 못한 점을 고려했다”고 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