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어르신 마음 상하게 해 사과…혁신 의지 그대로”

입력 2023-08-03 10:12 수정 2023-08-03 11:22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노인 폄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이른바 ‘노인 폄하’ 발언과 관련해 “어르신들 마음을 상하게 한 점을 정중히 사과한다”며 3일 고개를 숙였다.

김 위원장은 실언 여진이 당 안팎에서 계속되자 결국 사과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위원장은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사퇴 요구는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일요일 청년 좌담회에서의 제 발언에 대한 여러 비판과 논란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어 “어르신들 헌신과 경륜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씀 새겨듣겠다”면서 “그런 생각에 한 치의 차이도 없음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노인 폄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앞으로 이런 상황을 일으키지 않도록 더욱 신중하게 발언할 것”이라면서 “지난 며칠 동안 저를 질책해 준 모든 분께 다시 한번 사과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논란에 휩싸인 뒤 5일 만에 사과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철없이 지내서 정치 언어를 잘 모르고 깊이 숙고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있었다”며 유감의 뜻은 밝히면서도 직접 사과하지는 않았다.

김 위원장은 혁신위 측이 이번 사안을 두고 ‘사과할 일이 아니다’고 밝힌 데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는 말씀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 위원장은 “다니면서 계속 ‘마음 푸셔라’ ‘제가 어리석었다’ ‘부족했다’는 말씀을 드린 것으로 (사과가) 대체됐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당내에서 사퇴 요구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혁신 의지는 그대로 간다”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대한노인회도 찾아 사과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청년좌담회에서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 1로 표결해야 하나”라고 말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김 위원장 발언이 남은 수명에 비례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취지로도 해석돼 노년층을 비하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해당 발언을 두고 ‘더불어망언당’ ‘현대판 고려장’ 등 표현을 사용하며 김 위원장 사과와 사퇴를 촉구했고, 민주당 내에서조차 김 위원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 회의에서 김 위원장 발언을 재차 거론하며 “사퇴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쏘아붙였다.

윤 원내대표는 “혁신을 통해 민주당을 살리기는커녕 잇따른 실언과 망언으로 민주당을 오히려 죽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혁신=현대판 고려장’이라는 글귀가 적힌 백드롭(배경 현수막)을 회의실에 걸면서 김 위원장과 민주당을 압박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