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 수십명이 폭염에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진 가운데 행사장 내 열악한 환경을 두고 여러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한 음식이 제공된 것을 비롯해 매점 이용 불편과 비싼 가격 불만, 화장실 등의 위생 문제까지 제기됐다.
새만금 잼버리에 참여한 익명의 제보자 A씨는 2일 아침 식사로 받은 구운 달걀에서 검은곰팡이가 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이날 뉴스1에 밝혔다. 그는 “달걀 껍데기에 하얀 이물질이 보이고 끈적끈적하기에 닦고 나서 달걀을 까보니 안에도 검은곰팡이가 피어 있었다”며 “심지어 제시간에 식재료가 지급되지 않아 오전 일정도 늦어지고 차질을 빚었다”고 설명했다.
잼버리 참여자가 이날 조직위원회로부터 제공받은 구운 달걀은 1인당 2개였는데, 40여명의 대원들이 받은 달걀 80여개 중 6개에서 곰팡이가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조직위 행사지원본부 관계자는 “참가자에게 제공된 구운 달걀은 (곰팡이) 발견 즉시 폐기 조치했고, 먹은 참가자는 없다”며 “유통과정을 철저히 진상조사하고, 공급업체에 원인과 대책방안을 강구하겠다. 앞으로 제공되는 급식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뉴스1에 해명했다.
잼버리 내 마트 이용에도 불편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제보자 B씨는 “200m 줄을 서서 두루마리 휴지 2개를 샀는데 4000원을 받더라. 전체적으로 비싸다”며 “참가자들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는 것 같다”고 뉴스1에 주장했다.
실제로 잼버리 내부에 마련된 편의점은 인원 수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에 에어컨이 설치돼 있고 시원한 음료수도 팔기 때문에 이곳을 이용하려는 인원이 몰리면서 땡볕에서 30분 넘게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화장실 위생 문제도 제기됐다. 야영지 중 성인 스카우트 대원과 일일 방문객이 머무는 ‘델타구역’에 있는 화장실이 1980~90년대 공중화장실을 연상시킬 정도로 청결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CBS노컷뉴스는 전했다. 변기가 뒤처리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는 경우가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도자 자격으로 이번 잼버리에 참여했다는 한 국내 성인 참가자는 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너무 열악하다”면서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일단 캠프와 화장실 간 거리가 멀고, 화장실과 샤워실 모두 이용 인원이 많아 한참을 기다려야 하며, 땅이 너무 물러서 텐트를 고정하기에 부적합한 데다 에어컨은커녕 선풍기조차 충분치 않고, 식사도 부실하다면서 “혐한 제조 축제”라고 비판했다.
이런 실태가 전해지자 일각에서는 “나라 망신”이라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대형 국제행사를 개최하면서 충분한 준비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번 잼버리는 오는 12일까지 열리는데, 4만3000명의 대원이 폭염 속에 열흘 가까이 야영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라 건강 등의 우려가 적지 않다.
벌써부터 온열질환 환자와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개영식이 열린 2일 밤 스카우트 대원 등 88명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83명은 온열질환이며, 5명은 발목 골절이나 불안장애 등의 증상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스카우트 조직위원회는 “중증 환자는 없는 상태”라면서 “추후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겠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