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딸 엄마 나경원 “주호민·교사 둘다 이해돼…문제는”

입력 2023-08-03 04:28 수정 2023-08-03 09:41
2020년 4.15 총선 당시 선거운동에 나선 나경원 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그의 딸. 뉴시스

다운증후군 장애를 가진 딸을 둔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웹툰 작가 주호민의 특수교사 고소 사건과 관련해 “양쪽의 입장을 모두 이해할 수 있다”며 교육환경 개선을 강조했다.

나 전 의원은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서이초 사건으로 교권과 학생인권이 무조건 대립적으로 되어 논쟁이 뜨겁더니, 주호민씨 사건으로 특수교육 관련해 특수교사와 장애학생이 대립적 구도가 됐다”며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나 전 의원은 “결론은 양쪽의 입장이 모두 이해가 간다”면서 “특수교사들의 고충도 장애학생과 그 부모의 염려도 모두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서로 충분히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을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데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특수교사 1명당 학생 수가 4명으로 터무니없이 많다”고 짚었다.

문제 해결 방안으로는 특수교사 증원과 일반교사 대상의 특수교육 관련 연수 확대를 제안했다. 나 전 의원은 “특수교사 정원을 늘려야 하는 이유는 장애학생의 경우 개개인마다 너무 다른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021년 1월 예능 프로그램 ‘아내의 맛’(TV조선)에 함께 출연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과 그의 딸.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이어 “환경이 불편하면 좋은 특성보다 나쁜 특성이 더 발현되기 쉽다. 그건 비장애인도 다르지 않지만, 장애학생은 좀 더 그 환경에 민감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충분히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한데 그 출발은 교사 1인당 학생 수, 보조교사 등의 지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 전 의원은 또 “일반교사들에게 특수교육 관련 연수를 확대하는 건 장애학생들의 진정한 통합교육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건”이라며 “장애인에게는 우리가 해주고 싶은 것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딸의 초등학교 시절 일화를 언급했다. 그는 “실내화를 신던 시절, 딸은 늘 ‘아이들이 내 운동화를 갈아 신겨 주려 해서 귀찮아’라고 말했다. 우리 아이는 운동화 갈아신는 것을 기다렸다가 함께 교문까지 걸어가며 이야기를 나눌 친구를 원했는데 친구들은 도와준다고 운동화를 갈아 신겨 주고는 뛰어가 버렸던 것”이라며 “교사들도 선한 마음만으로는 안되는 것”이라고 했다.

나 전 의원은 “모쪼록 지금의 갈등이 더 나은 선진 사회로 가는 기대되는 진통이 되길 바라면서 제도 개선을 생각해본다”며 글을 마쳤다.

웹툰 작가 주호민. 주호민 인스타그램 캡처

앞서 주호민은 자신의 발달장애아들을 가르치던 초등학교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지난해 9월 고소했다. 특수교사 A씨는 주호민의 아들 B군이 여자 동급생 앞에서 바지를 벗는 행위 등으로 통합학급에서 분리 조치된 뒤 부적절한 발언을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그 일로 직위해제됐다가 경기도교육청의 결정으로 지난 1일 복직됐다. 당초 주호민 측은 재판에서 ‘교사를 처벌해 달라’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나, 주호민은 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특수교사에 대해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호민은 상대 교사 A씨의 입장을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봤다면서 “경위서를 통해 교사의 처지를 처음으로 알게 됐고 직위해제 조치와 이후 재판 결과에 따라 교사의 삶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후 교사 면담을 하지 않고 바로 고소한 데 대해서는 “뼈아프게 후회한다”고 했다.

특히 아이에게 녹음기를 들려 보냈던 것에 대해 “그간 학대 사건들에서 녹음으로 학대 사건을 적발했던 보도를 봐왔던 터라 이것이 비난받을 일이라는 생각을 당시에는 미처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주호민은 “당시에는 결국 학대 혐의로 고소를 해야 교사와 분리될 수 있다는 것만이 저희에게 남은 선택지였다”면서 “신고를 권장하도록 설계된 제도 속에서 이를 이용하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