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숨쉬기조차 힘든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벌써 23명으로 지난해보다 3배 넘게 늘었다. 현재 북상하고 있는 제6호 태풍 ‘카눈’이 한증막 무더위를 더욱 부채질 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 비상이 걸렸다.
2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온열질환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23명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사망자 7명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경북 10명, 경남 4명, 충북 4명, 충남 2명, 전북 2명, 울산 1명이었다.
전날에도 경북 영천시 화산면에서 밭일을 하던 70대 여성이 쓰러져 숨졌고, 전북 정읍시 이평면의 논에서 일을 하던 80대 노인도 열사병으로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질병관리청이 집계한 올해 전체 온열 질환자는 1191명에 달한다. 특히 장마 종료가 선언된 지난달 26일부터 전국의 기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온열질환자 수도 급증했다. 최고 체감온도가 35도를 넘은 지난달 28일, 29일에는 하루 집계된 온열질환자 수가 각각 100명에 육박했다.
전국이 펄펄 끓으면서 축산농가에서는 가축 폐사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전날 기준 충남에선 돼지와 닭 2만여마리가 더위에 폐사했고, 제주에선 3080마리 폐사 신고가 접수됐다. 경남은 14개 농장에서 닭 444마리와 돼지 431마리가 죽었다. 수도권에 식수를 공급하는 강원도 인제군 소양호 상류에는 1973년 소양강댐이 지어진 이후 50년 처음으로 녹조 현상이 발생했다.
전 세계 4만3000여명의 청소년이 참여하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에서도 400여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대부분 일시적인 두통을 호소하는 경증 환자라고 한다. 조직위원회 측은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그늘쉼터 1700여개를 설치하고, 대응 의료 체계도 갖춰놨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는 폭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전날 오후 6시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한 상태다. 폭염 위기 경보 수준은 4년 만에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상향됐다. 이날 전국 180개 육상 기상특보 구역 중 제주산지 한 곳을 제외한 179곳에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문제는 이번 폭염의 강도가 앞으로 더욱 세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태풍 카눈이 오는 3일 밤 일본 남쪽으로 향할 것이라고 본다. 현재 한반도 상공에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위아래로 온도와 습도를 모두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카눈의 영향까지 가세할 경우 한반도로 뜨겁고 습한 공기가 더욱 많이 유입될 수 있다.
기상청은 당분간 대부분 지역의 체감온도가 35도 안팎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3일과 4일 낮 최고기온은 각각 38도와 36도를 기록하겠으며, 일부 지역에선 시간당 30㎜의 강한 비가 쏟아질 수 있다.
김재환 기자, 홍성=전희진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