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감사관실이 최근 점심식사 복귀 시간이 늦은 직원을 향해 무더기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에 일부 직원은 기재부가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건물과 식당 간의 거리 등을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감사관실은 공무원이 정해진 식사 시간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맞서는 형국이다.
3일 기재부에 따르면 감사관실은 최근 보직 과장 이상급 직원을 대상으로 오후 1시 이후 출입 기록을 확인했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공무원의 점심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다. 이 규정을 어긴 직원을 적발하기 위해 불시 점검을 벌인 것이다. 정부세종청사는 올해 초 부터 얼굴 인식 출입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감사관실은 이 시스템을 활용해 직원들의 청사 복귀 시간을 체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오후 1시 이후 청사로 돌아온 직원들을 가려낸 뒤 이들에게 경고 통보를 했다. 다만 이번 적발 건은 인사고과 등에 반영하진 않을 예정이다. 감사관실 관계자는 “향후 상위 기관에서 복무 기강 점검을 나올 수도 있다”며 “그 전에 직원들의 경각심 환기 차원에서 경고 조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관실의 통보 이후 기재부 내부에선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청사 위치가 가장 큰 반론 거리다. 앞서 정부세종청사 4동에 위치했던 기재부가 중앙동으로 이사를 오면서 주변 식당과의 거리가 멀어졌다. 현재 기재부나 행정안전부 직원들은 10~15분 가량 걸어 식당을 찾고 있다. 낮 12시에 출발해 오후 1시 전에 복귀하려면 30~35분만에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기재부 직원은 “너무 시간이 촉박하다”며 “업무로 만나야 할 사람도 많은데 매번 구내식당만 갈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다른 기재부 직원은 “제대로 된 연유를 밝히지도 않고 경고 조치를 내려서 이유를 물어보기 위해 감사관실에 직접 전화했다는 사람이 많았다”며 “이제 아예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감사관실은 업무 미팅 때문에 복귀 시간이 늦어진 경우에도 예외는 없다는 입장이다. 자리가 길어질 것 같으면 사전에 외출이나 연가 신청을 하고 나가라는 것이다. 다만 기재부 과장급 직원은 “1시간 내에 끝내려고 했는데 외부 인사와의 업무 대화가 보다 길어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라며 “그때그때 신고를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방식의 적발은 직원들의 복무 규정 준수를 독려하는 게 아닌, 업무 효율만 떨어뜨리는 규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