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아들을 가르치던 특수교사를 고소해 논란을 빚은 웹툰작가 주호민이 장문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주호민은 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를 통해 “며칠 동안 저희 가족에 관한 보도들로 인해 많은 분들께 혼란과 피로감을 드렸다.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무엇보다 아이에게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같은 반 친구들과 학부모님, 그리고 모든 특수교사님들, 발달 장애 아동 부모님들께 실망과 부담을 드린 점 너무나도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는 “쏟아지는 보도와 여러 말들에 대한 생각과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 전 상대 선생님을 직접 뵙고 말씀을 나누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 8월 1일 만남을 청했다. 대리인께선 저희 입장을 공개해 주면 내용을 확인한 후 만남을 결정하겠다고 하셨다”며 아이 상태, 성교육 강사 요구, 녹음기, 5명의 변호사 상담, 고소를 택한 이유, 재판 상황 등에 대해 상세히 밝혔다.
“직위해제 바랐던 것 아냐…고소로 문제해결 막연히 기대”
그는 특수교사를 고소한 이유에 대해 “교사 면담을 하지 않고 바로 고소를 했느냐는 비난과 분노를 많이 보았다. 뼈아프게 후회한다”며 “지나고 나면 보이는 일들이 오직 아이의 안정만 생각하며 서 있던 사건의 복판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교사 면담을 신청했다가 취소했던 건 바로 고소를 하려던 게 아니라 상대 교사를 대면해서 차분히 얘기를 풀어갈 자신이 없는 상태에서 만났다가 오히려 더 나쁜 상황이 될까 하는 우려에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생님이 처벌받고 직위해제 되기를 바랐던 건 아니었다”며 “당시에는 어리석게도 막연히 이렇게 고소를 하게 되면, 중재가 이루어지고 문제가 해결될 거라 믿었다”고 말했다.
주호민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른 부모님들과 사건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았어야 했는데 섣불렀고 어리석었다. 아이들과 부모님들께 정말 죄송하다. 앞으로도 계속 사죄드리고 반성하면서 살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처벌 요구, 교사의 사과 의사 없어보였기 때문”
자신의 아내가 재판에서 해당 교사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교사가) 사과보다는 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신 걸로 보였다”며 “아이의 엄마(아내)는 상대 교사께 사과의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처벌을 원하느냐는 물음에 잠시 망설이다 ‘네’라고 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주호민은 해당 교사의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내겠다고도 했다. 그는 “아내와 상의해 상대 선생님에 대해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려고 한다”며 “서로 만나지 못한 채 재판에 들어가고 나서야 상대 교사의 입장을 언론 보도를 통해 봤다. 직위해제 조치와 이후 재판 결과에 따라 교사의 삶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지금 모든 특수교사들의 권리와 헌신을 폄하하는 사람이 됐다”며 “상대방 선생님이 특수교사로서 살아온 삶 모두를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장애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로서 누구보다 특수교사들의 헌신과 노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수교사는 아니지만 아이가 속한 일반학급의 담임선생님께서 저희 아이가 사건 후 다른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도록 끝까지 애써주셨다. 너무나 고맙고 죄송하다”며 “고충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점 고통 속에 반성하고 있다. 살면서 갚겠다”고 약속했다.
“두려운 마음…아이 향한 비난 멈춰주길”
주호민은 또 “어떠한 해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큼 분노가 깊은 상황에서 저희 이야기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짐작도 할 수 없고 두려운 마음”이라면서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물으시는 것에는 답하겠다. 다 하지 못한 이야기와 여전히 필요한 이야기가 있다면 앞으로 계속 성실하게 답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아이 신상이나 증상들이 무차별적으로 여과 없이 공개되고, 열 살짜리 자폐 아이를 성추행범이라고 칭하거나, 본능에 따른 행위를 하는 동물처럼 묘사하는 식의 보도들이 쏟아지고 있다. 부모로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저에 대한 자극적 보도는 감내할 수 있지만 이것만은 멈춰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주호민은 지난달 26일 인스타그램에서 특수교사의 발언과 관련해 “단순 훈육이라 보기 힘든 상황이 담겨 있었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우리 아이에게 매우 적절치 않은 언행을 했으며 이는 명백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사의 행위가 정당한 훈육이었는지, 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학대였는지 여부는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지금 쏟아지는, 부모가 교사를 달달 볶아 그 스트레스로 아동에게 짜증을 낸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정확하지 않은 사실로 본 사건의 논점이 흐려지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檢 공소장엔 “밉상이네” “싫어 죽겠다” 적혀…교사는 복직
이날 주호민 부부로부터 아동학대로 고소당한 특수교사가 주호민 아들에게 한 발언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교사는 “진짜 밉상이네”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 거야”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싫어죽겠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교사 측 변호인은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짜깁기”라고 반박했다.
한편 주호민 부부로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직위해제된 교사는 전날 복직했다. 해당 사건의 다음 공판은 오는 28일 수원지법에서 열린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