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 혹한기 중에 최근 대규모 투자가 눈에 띄고 있다. 지난달은 올해 들어 가장 많은 투자금이 스타트업씬에 몰렸다. 정부가 스타트업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 완화와 시장에 친화적인 행보들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분석 플랫폼 ‘혁신의숲’에 따르면 지난 7월 시리즈B 단계 이상 투자금액이 4811억원을 기록했다. 1월에는 1612억원, 4월에는 817억원까지 감소했다. 5월에는 1742억원으로 훈풍 조짐이 보인다. 밴처캐피털(VC)들이 투자 규모를 늘려, 지난 5월에는 비욘드뮤직(2000억원), 대영채비(1200억원), 컬리(1200억원), 뮤직카우(600억원) 등이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6월과 7월에는 레브잇(600억원), 에버온(500억원), 라포랩스(340억원), 에바(220억원) 등이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이런 현상은 금융당국의 ‘금산분리’ 규제 완화 움직임이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이 비금융사의 지분을 현재는 15%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그러나 이를 완화해 막힌 돈줄을 뚫겠다는 것이다. 또 중소벤처기업부가 모태펀드 출자 사업 규모를 5000억원 수준으로 편성한 것도 투자 청신호로 보인다. 이 안이 반영되면 2021년 편성됐던 4600억원 규모 이후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투자 건수와 투자금액을 놓고 보면 지난해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 민간 지원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투자 건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 584건이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998건으로 41.4% 줄었다. 투자 금액은 올해 2조322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조3199억원에서 68.3% 감소했다.
스타트업에 몰리는 투자금은 통상 성장단계에 따라 유치된다. 시리즈A·B·C 순으로 투자가 이뤄진다. 사업성 검증이 끝난 단계인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았다고 하면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고 표현한다. 이 단계에서는 적게는 50억에서 많게는 500정도를 유치한다. 시리즈C 단계 투자에서는 기업공개(IPO)나 해외 진출 등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들이 시리즈B 단계보다 큰 투자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스타트업의 인수합병(M&A)도 하나의 전략이라고 조언한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투자 혹한기와 M&A 활성화’ 보고서에서 “극소수의 기업만이 유니콘 기업이 되고 IPO를 할 수 있는 냉혹한 스타트업 생태계”라며 “M&A는 한 번도 투자를 받지 못한 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이 도전해 볼 수 있는 엑싯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또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기업의 첨단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한 M&A 지원 방안’ 보고서에서 “정부가 기업구조혁신펀드, M&A벤처펀드의 규모를 늘리는 등 정책금융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