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진행 중인 ‘제 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에서 개막 첫날부터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무더기 발생했다. 조직위원회는 “차질 없이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곳곳에서 참가자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창행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2일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전날(1일)까지 잼버리 야영지 내에서 807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400명 이상이 온열질환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직위에 따르면 이들은 두통, 근육경련 등의 증상으로 잼버리장 내 병원 등을 방문한 참가자들이다. 경증 환자가 대부분이며 중증 환자로 관리되는 참가자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잼버리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이 4년마다 개최하는 세계적 규모의 청소년 야영 대회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는 세계 158국 4만3000여명의 청소년 대원들이 모인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로, 1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폭염’이라는 복병을 만나 참가자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잼버리 대회 숙소가 위치한 전북 부안군은 최고 기온이 34도로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현지 시설과 안전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잼버리 대회 텐트 근황’이라며 이 같은 상황을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폭염특보인데 마땅히 더위 피할 공간조차 없다”며 “임시 천막도 햇빛만 피할뿐 날씨가 습해서 쓸모가 없다. 또 (텐트가 쳐진 곳) 환경 자체가 늪지대나 다름 없다보니 밤에 모기가 많고 배수도 잘 안 된다”고 지적했다. 폭염 뿐 아니라 시설 관리 대응도 동시에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면서 “이게 6년 동안이나 준비했다는 상태냐”며 “전세계적 행사인데 미성년자인 자녀가 저런 곳에 가서 고생한다고 생각하면...”이라고 덧붙였다.
본인을 잼버리 참가자의 부모라고 밝힌 외국의 누리꾼도 잼버리 상황을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이 누리꾼은 본인의 트위터에 세계스카우트연맹 공식 SNS를 태그하며 “내 딸이 현재 잼버리에 있다. (딸이) 모든 것이 통제가 안 되는 잼버리의 상황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내게 말했다. 잼버리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음식도 없고, 폭염으로부터 보호할 수단도 없다. 혼돈 그 자체다. 제발 무언가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같은 우려와 관련해 최 사무총장은 “(온열환자에 관해) 큰 차질 없이 대응하고 있다”며 “잼버리 소방서가 개설돼 운영 중이고, 119구급차 등을 통해 환자들을 잼버리 병원으로 이송하는 등 경증 환자에 대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조직위는 참가자들의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야영장에 그늘 쉼터 1722개소를 마련하고 덩굴터널 57개 동, 7.4㎞를 조성한 상태다.
조직위는 또 이날부터 허브 클리닉에 냉방 장치와 대형 물탱크를 추가하기로 했다. 셔틀버스 운행 간격도 대기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30분에서 15~20분으로 단축할 예정이다.
또 잼버리 병원과 클리닉 등 야영지 내 병상을 50여개에서 150개까지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다.
조직위는 “앞으로 기상청 정보 등을 통해 기온 등 현황을 지속적으로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관련 의약품, 의료진 등을 통해 온열질환에 대하여 보다 철저하게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조직위는 “온열환자가 발생할 경우 각 허브 별로 설치된 클리닉 5개소와 잼버리병원을 통해 적극적으로 진료할 예정”이라며 “만약 중증 환자로 판단될 경우 외부 5개 협력병원으로 연계하는 안정적인 의료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