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형 대형마트 코스트코 주차장에서 쇼핑카트 관리 업무를 하다 숨진 김동호(29)씨의 49재 추모집회가 2일 열렸다. 유족과 노동조합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사측의 사과와 근로자 처우 개선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노조) 등 8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쯤 경기 광명시 코스트코 코리아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29세 청년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코스트코는 사과하고, 정규 인력 충원 및 노동환경 개선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박건희 마트산업노조 코스트코 지회장은 “우리의 동료 동호씨는 35도의 폭염 속에서 성실히 일하다가 젊고 꽃다운 나이에 산재로 목숨을 잃었으나, 4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 조민수 코스트코 대표 등 사측은 한 마디의 유감 표명과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30세도 되지 않은 청년의 목숨이 끊겼는데 대체 코스트코는 무엇을 믿고 이렇게 오만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규탄했다.
숨진 김씨의 형 동준씨도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동생은 탈수와 온열에 의한 폐색전증으로 주차장 한쪽에서 외롭게 숨을 거뒀다”며 “직원들 증언 등에 따르면 코스트코에서는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온열 질환 예방 수칙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켜진 바가 없는데, 조민수 코스트코 코리아 대표는 장례식장에 찾아와 ‘(사망 근로자에게) 원래 지병이 있지 않았느냐’며 직원들을 추궁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코스트코가 고용노동부 수사 과정에서 조사받는 직원들 동의 없이 사측 변호인 선임계에 그들의 이름을 기재했고, 변호인을 입회하도록 해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동호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남은 노동자들을 위해서라도 코스트코 관계자들은 점진적으로 노동 환경을 개선해나가길 당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집회를 마친 뒤 코스트코 광명점 입구 앞까지 걸어가 카트 안에 헌화하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김씨는 폭염이 지속되던 지난 6월 19일 오후 7시쯤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카트 및 주차 관리 업무를 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김씨는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시간여 뒤인 오후 9시18분 끝내 숨졌다.
병원 측이 밝힌 김씨의 최종 사인은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였다.
실제 김씨는 하루에 많게는 4만 3000보, 거리로 26㎞를 무거운 철책 카트를 끌고 다니며 작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씨가 근무하던 하남점에는 제대로 된 휴식공간과 냉방시설이 없었고, 다른 지점보다 훨씬 적은 인력이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코스트코 코리아 측은 김씨 사고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수사 중이다.
선예랑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