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아들 방치하고 재혼한 母…집엔 벌레 들끓어

입력 2023-08-02 16:14 수정 2023-08-02 16:15
연합뉴스.

중학생 아들을 혼자 두고 집을 나가 재혼한 50대 친모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아들은 친모의 재혼 이후 인근 교회나 학교 관계자의 도움으로 의식주를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경선 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A씨(51)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 강남구 빌라에 14세 아들과 단둘이 거주하던 A씨는 지난해 3월 집을 나가 재혼했다. 이후 A씨는 같은 해 8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기 전까지 아들이 거주하는 집에 들러 가끔 청소해주거나 용돈을 주는 것 외에는 양육·치료·교육을 소홀히 했다.

아들이 사는 집에는 쓰레기가 쌓여 있고 냉장고에는 부패한 음식과 곰팡이, 벌레가 들끓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아지 분변도 방치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아들은 5개월 이상 혼자 살면서 인근 교회나 학교 관계자의 도움으로 의식주를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정기적으로 방문해 청소와 빨래를 해주었고 식사할 수 있게 돈을 주었다”면서 아들이 청소년이기 때문에 아동학대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양육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데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를 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며 “피고인이 수사 당시 신고자에게 고소 또는 신고를 취하하라고 종용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끔 거주지를 방문해 청소하고 용돈을 주었다는 사실로 양육을 하고 기본적인 보호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아들의 나이가 아주 어리지 않고 모친이 적극적으로 학대 행위를 하지 않은 점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