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가 끝나고 불볕더위가 시작된 2일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 한편에 앉는 부분이 움푹 들어간 빈백 모양의 흰색 의자들이 줄지어 놓여있었다. 서울시가 ‘펀(Fun)’ 디자인의 일환으로 만든 ‘소울 드랍스(Soul Drops)’ 벤치다. 소파나 스툴 형태의 각기 다른 모양의 의자 40여개가 광장 동측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배치돼있다. 직장인 김모(25)씨는 “마치 의자가 요람같이 생겨 신기해 앉아봤다”며 “아기를 감싸주는 듯한 모양이어서 매우 편안했다”고 말했다. 선베드 모양의 의자는 동쪽을, 스툴은 북쪽을 바라보는 식으로 배치돼 있어 실제 앉아보면 북악산부터 종로 고층빌딩까지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직장인 이모(29)씨는 “9월만 되면 커피 한잔 들고 여기 앉아 책을 읽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일상 속 ‘힐링’을 앞세워 조성하는 펀 디자인 랜드마크들이 주목받고 있다. 유려한 디자인, 독특한 기능성을 앞세워 시민들이 즐겁게 휴식하며 재충전할 수 있는 장소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시는 2021년부터 녹지공간과 수변공간 등을 활용해 펀 디자인 명소 조성에 착수했다. 지난해 물방울 모양을 기반으로 개발된 소울드랍스는 2년 연속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제품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올해에는 6억원을 투입해 주·야간 변화에 맞춰 변화하고 사용자 행동에 반응하는 ‘펀 조명’을 개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좋은 도시는 밤이 아름다워야 한다”며 “아름다운 벤치는 있는데 어울리는 조명이 없어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대교 남단 여의도 한강공원 멀티플라자에는 구름의 모양을 본뜬 그늘막 ‘구름막’이 설치돼있다. 구름막 아래에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함께 나들이를 나와 돗자리를 깔고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자전거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안전사고도 늘어나는 한강변 자전거도로에는 ‘괄호등’과 ‘쉼표등’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횡단보도 50m 전방에 설치된 쉼표등이 자전거를 인식하면 횡단보도에 설치된 괄호등이 밝아지며 소리를 내 보행자에게 알린다. 또 괄호등 센서가 보행자를 인식하면 이번엔 쉼표등이 점멸하며 자전거의 감속을 유도한다.
한강 자전거도로를 주로 이용하는 최모(41)씨는 “요새 고가 자전거가 많아 달리는 속도가 무척 빠른데 괄호등 구간에 들어서면 보행자를 쉽게 인식할 수 있어 밤에도 매우 안전하다”고 말했다. 시는 또 올 연말까지 정릉천 복개 공용주차장도 서울시 유일의 스케이트보드 전용 ‘볼 파크’로 조성할 예정이다. 최인규 서울시 디자인정책관은 “즐거운 장소를 제공해 시민이 에너지를 회복하고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서울을 파티룸으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준구 김이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