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서 미국에 입양된 50대 여성 “뿌리 찾고 싶어요”

입력 2023-08-02 15:34
미국 입양인 이정선씨의 과거와 현재 모습. 본인 제공

경기 동두천시의 한 아동일시보호센터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여성이 54년 만에 자신의 뿌리를 찾고 있다.

한국계 미국 입양인인 Suni Zmich, 한국명 이정선(54)씨는 경기 양주군 동두천읍(현재 동두천시)에서 1969년 3월 1일 태어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당시 이씨를 보살폈던 동두천 아동일시보호센터는 현재 존재하지 않아, 이씨가 아동일시보호센터의 보살핌을 어떻게 받게 됐는지, 입양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등 정보가 불확실하고 부족한 상황이다.

이씨는 아동일시보호센터에 몇 살때 맡겨졌는지도 알지 못하고 있다. 다만, 1969년 12월부터 1970년 초까지 아동일시보호센터에서 생활하다가 1970년 4월 미국으로 입양이 된 것을 기억하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거주하고 있는 이씨는 수십 년간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친구들을 빨리 사귀고 깊이 파고드는 한국적인 성향이 발현되는 것을 느껴왔다.

회계와 금융 분야에서 일해 온 이씨는 은퇴한 뒤 입양에 관한 책을 집필하기로 하고, 다른 사람들의 입양이야기에 대해 탐구하면서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것에 눈을 떴다. 이씨는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고 후회가 없도록 뿌리를 찾겠다는 결심을 하게됐다.
미국 입양인 이정선씨와 남편 및 자녀들. 본인 제공

이씨는 “나는 미국 가정과 사회에 적응하려고 노력했지만, 성과없이 민족성을 부정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부분적으로 성공을 이뤘지만 어울리지 않는 퍼즐 조각이 맞춰진 모습이다. 내 핵심은 그것에 진정으로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시간 나의 뿌리를 무시해 왔지만 그것은 헛된 노력이었다. 나의 뿌리를 찾는 것에 관심이나 욕구를 갖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한국 가족을 찾지 못하면 실망할 것이지만, 내가 노력하지 않는다면 나는 내 자신에게 훨씬 더 실망할 것이다. 비록 친부모를 찾지 못하더라도 나를 한때 아기로 품어줬던 땅과 연관성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자신의 혈육과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기 위해 8월 5일부터 12일 남편 및 자녀들과 한국에 머물 예정이다. 이 기간 이씨는 친부모를 찾기 위해 양주시와 동두천시를 방문하고, DNA 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동두천=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