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클럽’ 의혹에 망치로 휴대폰 부순 박영수…3일 구속기로

입력 2023-08-02 10:26 수정 2023-08-02 11:25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지난 6월 2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정치권에서 ‘50억 클럽 특검’ 논의가 본격화하자 증거인멸과 말 맞추기에 나선 것으로 검찰이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망치를 사용해 자신의 휴대전화를 부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박 전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 같은 의도적 증거인멸 정황을 제시해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휴대전화를 폐기한 시점으로 지난 2월 16일을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특검은 이날 공범인 양재식 전 특검보를 만나 2014년 대장동 민간업자 남욱씨에게서 받은 변협 회장 선거자금 등 향후 수사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과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런 논의 직후 박 전 특검이 기존에 쓰던 휴대전화를 망치로 내리쳐 폐기하고 새 휴대전화를 개통했다는 것이 검찰 조사 결과다. 검찰은 “박 전 특검과 양 전 특검보 사이에 증거인멸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고 볼 만한 강력한 정황”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50억 클럽 특검론은 2월 8일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재점화했다. 야권에서는 곽 전 의원 등 고위 법조인들이 연루된 이 의혹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며 특검 수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검찰이 지목한 2월 16일에는 당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공식적으로 “50억 클럽 특검이 불가피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박 전 특검이 이러한 상황을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접한 뒤 자신에 대한 재수사가 임박한 것으로 판단하고 핵심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휴대전화를 폐기하는 등 증거인멸에 나섰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이 박 전 특검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수사를 본격화한 것은 이로부터 한 달 이상 지난 3월 30일이었다. 최측근 양 전 특검보의 사무실 직원이 사용하던 노트북 컴퓨터는 압수수색 닷새 전 포맷됐고, 사무실 자료도 미리 정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특검의 두 번째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3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박 전 특검은 2014∼2015년 우리은행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 감사위원으로 재직하며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거액의 돈을 약속받고 8억원을 수수하고, 특검 재직 기간인 2019∼2021년 딸을 통해 약 1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지난 6월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피의자의 직무 해당성 여부, 금품의 실제 수수 여부, 금품 제공 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해 사실적,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에 비춰 현시점에서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현 단계에서는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31일 박 전 특검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특검 신분으로 딸과 공모해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총 11억원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