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신분증 제시 거부·욕설’ 40대, 무죄받은 이유

입력 2023-08-02 09:05 수정 2023-08-02 09:23

울산지법 형사항소1-3부(부장판사 이봉수)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이던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6월 울산 동구의 한 상가 인근에서 “신분증을 제시하라”라는 경찰관 B씨를 밀치거나 때리고 욕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경찰관 B씨는 여성이 남성으로 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상태였다.

그런데 현장에 있던 신고자는 “아무 일 없으니 돌아가시라”하며 신고 철회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경찰관 B씨는 때마침 현장에 나타난 A씨를 가해자로 추정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다.

A씨는 자기 주민등록번호를 불러줬지만 신분증을 요구하는 경찰관 B씨를 밀쳐내며 신체를 때리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신분 확인을 요구하는 경찰에게 욕설하고 폭행한 행위는 정당하지 않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는 법정에서 “가슴을 폭행한 사실이 없고,신고자가 신고를 철회했는데도 경찰관이 강압적으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해 위법한 직무 집행에 대항해 실랑이를 벌였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현장 CCTV 상에 A씨가 경찰관 C씨의 가슴 부위를 때리는 모습이 확인되지 않고, 신고를 철회해 사건 처리가 완료된 만큼 계속된 신분증 제시 요구는 정당한 공무집행으로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신분증을 던진 A씨 태도는 비상식적이고 매우 부적절하지만, 경찰관이 현행범으로 체포할 상황이 아니라면 신분증 제시를 강제할 법적인 근거는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