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풀과 나무들! 지구를 지탱하는 것들이란 생각에 다다르면 가벼이 보아 넘길 수 없다.
저자는 늘 보아왔던 풀의 이름조차 모르고 살았던 것이 미안하고 부끄러웠음을 고백한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도 구별하지 못하던 저자는 일간신문 사진기자 은퇴 후 양평의 숲 학교에서 ‘세이버링’(savoring)에 눈을 뜨게 된다. 이후 숲해설가와 산림치유사 자격을 얻었다.
세이버링은 숲을 맛보는 방법이다. 우선 시간을 갖고 식물과 눈 맞추기를 한다. 다음, 미시적으로 접근하며 말을 걸어본다. 왜 그럴까, 뭘 하려고? 물음표로 시작해서 느낌표로 마칠 때까지의 과정에서 비로소 감성의 스토리가 우러나온다. 즉, 세이버링은 자신이 직접 겪는 체험이며, 상상이다. 저자의 이야기가 맛있고 남다른 이유다.
저자는 수년간 밤낮과 계절의 구분 없이 풀과 나무를 관찰한 내용을 생태학적 입장에서 멋으로 드러내고, 인문학적 관점에서 맛으로 풀어냈다. 어린 왕자에서 ‘장미가 소중한 이유는 그 꽃을 위해 공들인 시간 때문’이라고 한 것처럼 잡초 취급을 받는 풀에까지 끈덕지게 달라붙어 따스한 바이오필리아(생명사랑)의 공감을 끄집어낸다. 사진쟁이의 능력을 활용하여 찍은 고화질의 사진들은 또 하나의 맛있는 대화법이다. 세밀화로 비주얼을 강화했다.
이범석 지음. 청파랑. 1만8천원 (사진=청파랑)
김지훈 기자 d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