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에 참여한 이탈리아가 탈퇴 여부를 고민하는 가운데 이탈리아 내각에서도 사업 탈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귀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30일(현지시간) 보도된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일대일로에 참여하기로 한 결정은 즉흥적이고 형편없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크레세토 장관은 일대일로 사업으로 중국의 대이탈리아 수출은 증가한 반면 이탈리아의 수출은 거의 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과의 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일대일로 사업에서 탈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8월 발표한 일대일로는 ‘하나의 띠, 하나의 길’이라는 뜻으로,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육상과 해상으로 연결해 거대 경제권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탈리아는 2019년 G7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했다. 오는 12월까지 탈퇴를 공식 요청하지 않으면 내년 3월 참여 기간이 5년 더 자동 갱신될 예정이다.
유럽 지도자 상당수는 유럽 내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거리를 두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8일 보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은 오는 10월 열리는 중국의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 포럼에 참석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사실상 일대일로 탈퇴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달 28일 자국 하원의원들과 만나 “일대일로에 참여하지 않고도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은 이탈리아의 탈퇴를 막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멜로니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25일 “일대일로 공동 건설은 중국과 이탈리아의 실질적 협력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했으며 윈윈의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류젠차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도 지난달 이탈리아를 방문해 의회 내 중국 우호 세력을 접촉하고 일대일로 참여 지속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