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근무 중 온열 질환으로 사망한 고(故) 김동호씨(30)가 생전 어머니에게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의 아버지 김길성씨는 3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아들이 숨지기 이틀 전인 지난 6월 17일에 “집으로 오자마자 대(大)자로 눕더니, ‘엄마 나 오늘 4만3000보 걸었다’며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앞서 동호씨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던 지난달 19일 오후 7시쯤 마트 주차장에서 근무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시간여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병원 측에 따르면 최종 사인은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였다.
아버지는 그간 아들이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고된 업무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아들이 그날 낮 12시에 출근해서 1시간 연장 근무까지 하면서 밤 10시에 일을 끝냈는데 10시까지 4만 3000보, 26㎞를 무거운 철책 카트를 끌고 다니면서 작업했더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냉풍기는 돌아가다 안 돌아가다 하는 거로 알고 있고, 공기순환장치는 제가 두 번 방문했었는데 그 전보다는 크게 틀어놨지만, 그것도 계속 틀어놓는 게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근무자들이 더위를 식힐 곳이 없을 정도로 근무환경이 열악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고인의 장례식을 찾은 코스트코 대표와 간부가 ‘병 있지, 병 있는데 숨기고 입사했지’라고 말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문을 마치고 난 다음에 대표이사가 직원들 앞에 가서 ‘원래 병 있지 병 있지’ 하고, 또 다른 한 분은 ‘원래 병이 있는데 속이고 입사했지’ 이런 식으로 막말을 퍼부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사고 이후 코스트코가 무책임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측이 처음에 병사로 몰고 가기 위해서 장례 치르고 난 다음에 고혈압으로 사망했다, 지병이 있어서 사망했다, 심지어 자살까지 했다, 저희가 합의했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저희는 이 부분을 문제 삼을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29일 직원 2명이 노동청 조사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 ‘변호사가 대동해 직원들이 제대로 정확하게 진술을 못 했다’는 말을 다른 직원한테 전해 들었다”며 “이는 입막음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분노했다.
이어 “직원들이 선임계를 동의 안 했는데도 불구하고 사측에서 임의로 직원 2명 이름을 기재하고 선임계를 제출했다더라. 이는 범죄행위”라고 덧붙였다.
오기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