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톡]‘끓는 지구’, 숨막히는 더위 속 교회 역할은?

입력 2023-07-31 13:17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뜬 태양이 지난 2월 지진으로 무너진 튀르키예 말라티아의 한 마을 가정집 지붕 뒤로 밝게 빛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이례적인 폭염에 펄펄 끓고 있습니다.

최근 튀르키예 출장을 다녀왔는데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남동부 도시들이 연일 섭씨 39℃를 기록했습니다. 바다와 먼 내륙이라 습도가 낮았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작열하는 태양은 연신 그늘을 찾게 만들었습니다.

현지에서 만난 세제르 외세안(34)씨는 “매일 39℃라는 건 예보가 그런거고 실제 온도는 그 이상인 것 같다”면서 “지진으로 일상이 어려운데 유독 올여름 기온까지 높아 더 힘들다”고 전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선 사막식물인 선인장이 집단으로 타죽었고 일본에서도 수십 명이 열사병으로 쓰러졌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말 사이에 열명이 넘는 사람이 온열 질환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의 영향 때문에 이런 폭염이 이어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더욱이 올여름 같은 기후 이변이 2~5년 주기로 반복될 수 있다고도 경고하고 있습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기환연)는 ‘창조세계 회복’을 기치로 내걸고 뜨거워지는 지구를 식히는 데 교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지구를 위한 행동 52주’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기환연은 매주 기독교인들이 실천할 수 있는 과제와 기도 제목을 공유하고 있죠.

서른한 번째 주간의 실천 과제는 ‘적정 온도를 유지합시다’입니다. 여름철 실내 적정 온도를 26~28℃로 맞춘 뒤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제안입니다.

주일에 교회에서 목사·장로를 비롯한 교인들이 넥타이를 매지 않기로 한 교회들도 있습니다. 체감온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인 셈이죠.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한여름 넥타이를 매지 않고 반소매 상의를 입으면 체감온도를 2℃가량 낮출 수 있다고 합니다. 체감온도를 낮추면 그만큼 에어컨 사용을 줄일 수 있게 되죠.

교회 마당에 ‘기후위기 시계’를 걸고 교인들에게 지구 온도 상승의 위험성을 알리는 교회도 있습니다. 지난 5월 교회 외벽에 기후위기 시계를 건 서울 중구 서울제일교회(정원진 목사)가 주인공입니다.

기후위기 시계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 상승하기까지 남은 시간을 보여줍니다. 이 시계에 따르면 31일 기준 5년 356일이 남았을 뿐입니다.

기온이 1.5℃ 상승하면 폭염의 발생 빈도가 8.6배 늘고 가뭄도 2.4배, 강수량 1.5배, 태풍 강도 또한 10%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후의 마지노선이 무너지면 환경 재앙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창조세계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은 개인이나 교회 한두 곳이 나서서 이룰 수 없는 목표입니다. 모두가 참여해야 하는 공동 과제인 셈이죠. 기환연도 함께 나서자고 권하며 이사야 41장 6절의 말씀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 손발이 맞아서, 서로 힘을 내라고 격려한다”(새번역)는 내용이죠.

지구가 펄펄 끓고 있습니다. 바로 지금 에어컨의 온도를 높이거나 잠시 꺼두는 것부터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요. 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