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AI 전문가 모십니다”…할리우드 ‘발끈’

입력 2023-07-29 00:04
넷플릭스 채용 홈페이지에 올라온 ‘머신 러닝 부문 제품 관리자’ 구인 공고다. 최대 연봉이 약 12억원이라고 적혀 있다. 넷플릭스 채용 홈페이지 캡처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고액 연봉을 내걸고 인공지능(AI) 전문가 공개 채용에 나섰다. 이 같은 방침에 현재 파업 중인 할리우드 배우와 작가들이 반발하고 있다.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 리포터 등은 27일(현지시간) 넷플릭스가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관리하는 ‘머신 러닝 플랫폼(MLP)’ 팀 직원 구인 공고를 냈다고 보도했다.

넷플릭스 채용 사이트에 올라온 정보를 보면 해당 직무의 연봉 범위는 30만∼90만달러(3억8000만∼11억6000만원)에 달한다.

넷플릭스는 “머신 러닝 플랫폼은 AI 실무자들이 관련 모델을 쉽게 개발, 배포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며 “머신 러닝 플랫폼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제품 관리 역할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지난 26일(현지시간) 할리우드 양대 노조인 미 작가조합(WGA)과 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거리에서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를 두고 현재 파업 중인 할리우드 배우와 작가들은 속이 뒤집힌다며 매우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넷플릭스가 향후 콘텐츠 제작에 AI 관련 기술을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하는 데다가 최대 90만 달러에 달하는 고액 연봉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 미러’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 롭 델라니는 “1년에 90만달러 정도의 수입이면 배우 35명과 그 가족이 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의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며 “AI 담당 직원 1명에게 그만큼의 돈을 준다는 사실이 끔찍하다”고 말했다.

드라마 작가인 엘리자베스 벤저민도 지난 27일 트위터에 “배우들의 AI 우려에 맞서 넷플릭스는 고액 연봉의 AI 채용 공고를 올렸다”며 “속이 뒤집힐 지경”이라고 썼다.

지난 26일(현지시간) 할리우드 양대 노조인 미 작가조합(WGA)과 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거리에서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할리우드 양대 노조인 미 작가조합(WGA)과 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은 대기업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영화·TV제작자연맹(AMPTP)에 맞서 동반 파업을 벌이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미션 임파서블 7)에서도 대역 없이 연기한 것으로 알려진 배우 톰 크루즈는 물론이고, ‘바비’의 마고 로비도 영화 홍보행사까지 중단하며 파업에 동참한 상황이다.

노사 간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업계가 AI를 활용함에 따라 강화될 배우·작가들의 권리 침해 문제다.

배우들은 스튜디오가 자기 얼굴 이미지나 목소리를 가져다가 AI에 학습시킨 뒤 배우에게 보상하지 않고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작가들은 스튜디오가 챗GPT 같은 대형 언어 모델을 이용해 대본을 써내면서 배우들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넷플릭스는 이미 프로그램 제작에도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 6일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스페인의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인 ‘딥페이크 러브’(Deep Fake Love)를 선보였다.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다른 일부 직책의 경우 인원 감축이 있었지만, AI에 초점을 맞춘 직군은 예외인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와 파라마운트 등 대부분의 미디어 대기업이 AI 전문가를 경쟁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이어 미래에 AI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느냐가 그 콘텐츠를 책임지는 노동자들에게 많은 불안감을 주고 있다고 할리우드 리포터는 전했다.

서지윤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