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접근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전 여자친구를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30대 남성이 언론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지는 취재진 질문에 굳게 입을 다물었다.
인천 논현경찰서는 살인과 특수상해, 스토킹 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한 A씨를 28일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흰색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 대부분을 가렸다.
수갑을 찬 두 손은 헝겊이 씌워져 있었다.
A씨는 검찰 송치 전 경찰서 앞에서 ‘접근금지 명령 어기고 왜 찾아갔나’ ‘계획된 범행이었나’ 등 질문을 받았지만 답을 하지 않았다.
A씨는 ‘보복할 생각으로 범행했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은 채 답변하지 않았다.
A씨는 지난 17일 새벽 5시54분쯤 인천 남동구 한 아파트 복도에서 전 여자친구 B씨(30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미리 흉기를 준비해 B씨 주거지 근처에서 기다렸다가 출근하는 B씨를 발견하고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범행을 말리던 B씨 어머니도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양손을 다쳤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가 헤어지자고 하고 나를 무시해 화가 나 범행했다”면서도 “스토킹 신고에 따른 보복 행위는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법원에서 스토킹으로 B씨에 대한 접근금지 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B씨는 지난 2월 A씨를 데이트 폭력으로 경기도 하남경찰서에 신고했고, 지난 6월에는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그를 재차 고소하기도 했다.
A씨는 스토킹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지난달 9일 다시 B씨 집 주변을 배회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돼 조사를 받고 4시간 만에 석방됐다.
A씨는 지난달 10일 인천지법에서 “B씨로부터 100m 이내에는 접근하지 말고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도 금지하라”는 내용의 2∼3호 잠정조치 명령을 받고도 범행했다.
경찰은 범행 후 자해를 시도해 병원에서 치료받던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퇴원과 동시에 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형법상 살인죄보다 형량이 무거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죄를 A씨에게 적용할지 검토했지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살인 혐의를 유지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