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 전날 “무너질 것 같다” 신고 받은 119 “구청에 문의”

입력 2023-07-28 04:36 수정 2023-07-28 06:00
지난 16일 오전 충북 오송 궁평지하차도 침수 현장에서 119구조대와 특전사가 협동으로 인명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충북 청주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전날 “미호천 제방이 무너질 것 같다”는 119 신고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119는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즉각 대응하지 않았다.

27일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119 종합상황실 신고접수 녹취록을 보면 사고 전날인 지난 14일 오후 5시 21분, 충북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한 남성이 미호천 제방에 대한 신고 전화를 했다.

이 남성은 “재해예방 신고가 가능한가”라며 “미호천 교량 공사를 하고 있는데 기존 둑을 허물고 교각 공사를 했다. 교각 공사 밑에 임시로 흙을 성토해 놨는데, 차수막이나 이런 것을 안 대 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기가 허물어지면 여기 조치원에서 청주 가는 교통이 마비되고, 오송 일대가 다 물난리 날 것 같다. 상류에서 지금 비가 안 오면 괜찮아도, 비가 오면 그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남성은 “저는 어디에다가 신고할지를 몰라서 ‘관련 기관에 협조 요청을 할 수 있나’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고를 접수한 119상황실 근무자는 대수롭지 않게 대응했다. 119는 “그렇게 되면 조금 위험해 보이긴 한다”면서도 “지금 출동 인력들이 다 지금 거기에 대처하고 있어서 예방 차원으로 갈만한 인력이 없다”고 답했다.

심지어 신고자에게 “구청이나 이런 데 한 번 전화를 해보시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고 내용은 다음 시간대 근무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았고, 결국 필요한 조치가 진행되지 않았다.

현재 감찰을 진행 중인 국무조정실도 이 같은 신고 내역과 조치 결과가 적절했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조정실은 당시 충북소방본부가 현장을 확인했거나 관계 기관에 신고 사실을 알렸다면 사고를 막았을 가능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