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가 마약 사범들을 연이어 교수형에 처하면서 사형 집행을 즉시 중단하라는 국제 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P통신은 27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당국이 전날 마약 밀매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56세 남성에 대해 교수형을 집행했다고 전했다. 이 남성은 헤로인 약 50g을 밀매한 혐의로 2018년 사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8일에는 헤로인 30g을 밀매한 혐의로 45세 여성에 대한 교수형이 예정돼 있다. 이번 주에만 2건의 사형이 집행되는 셈이다. 싱가포르에서 여성이 교수형에 처해지는 건 19년 만에 처음이다.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인권 단체들은 강력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국제인권연합(IFHR)은 성명문을 내고 “싱가포르 당국은 잘못된 마약 정책을 강박적으로 집행하는 노골적인 생명권 침해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의실현집단행동(TJC), 국제앰네스티 등 10개 단체도 공동성명문을 통해 “싱가포르 정부는 앞으로 예정된 사형 집행을 즉시 중단하라”며 “복잡한 마약 밀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도적인 방법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는 일정량 이상의 마약을 소지하다 붙잡히면 사형을 선고한다. 기준은 헤로인 15g과 대마 500g 이상이다.
지난 2019년부터는 사형 집행 건수가 없었으나, 지난해 3월 집행을 재개했다. 오는 28일로 예정된 교수형이 진행되면, 싱가포르에서는 지난해부터 15명이 마약 관련 혐의로 사형에 처해진다.
싱가포르 당국은 마약 범죄를 효과적으로 막겠다는 명목으로 사형을 엄격하게 집행하고 있다. 싱가포르가 세계적인 ‘교통 허브’인 만큼 국제 마약조직 침투도 막겠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이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의 정책이 대다수 국가가 사형을 폐지하는 추세와 맞지 않을뿐더러 사형 제도가 마약 억제의 직접적인 대책도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마약 유통 조직을 뿌리째 뽑아야지, 마약계 ‘큰 손’에 연루된 힘 없는 사람들만 사형에 처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4월에는 말레이시아 국적의 마약사범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사형 집행에 대한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이 마약사범은 2010년 싱가포르에 헤로인 42.5g을 반입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는데, 그의 지능지수(IQ)가 69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정 여론에 힘이 실렸다. 여러 단체가 반발하고 나섰으나 싱가포르 당국은 지적장애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끝내 사형을 집행했다.
김영은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