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러시아 대표단에 신형무기 소개…‘尹 방산세일즈’ 흉내냈나

입력 2023-07-27 18:05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기념일) 70주년 행사 참석차 북한을 방문하고 있는 러시아 군사대표단과 함께 지난 26일 무기 전시회를 방문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은 ‘전승절’이라 주장하는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을 맞아 ‘북·중·러’ 결속을 과시했다. 한·미·일 협력에 맞서기 위한 의도로 풀이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승절 70주년 행사 참석을 위해 방북한 러시아·중국 대표단과 함께 27일 0시에 열린 전승절 기념 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왼쪽 자리에는 중국 방북단을 이끈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국회부의장 격)이, 오른쪽에는 러시아 대표단장인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착석했다.

러시아 대표단과 중국 대표단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친서를 각각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 대표단과 무기전시회를 함께 참관하며 군사협력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6·25전쟁 당시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참전했던 중국과는 ‘혈맹 관계’를 부각시켰다.

김 위원장은 26일 쇼이구 장관이 이끄는 러시아 대표단과 ‘무장장비전시회-2023’ 전시회장을 둘러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쇼이구 장관 등에게 북한군의 최신 무기들을 소개했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전시회 사진에는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등을 비롯해 여러 종류의 ICBM이 전시돼 있었다.

또 미국의 글로벌호크 및 MQ-9 리퍼와 유사하게 생긴 고고도 무인정찰기와 무인공격기도 포착됐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최근 조선인민군이 장비하고 무기전투기술기재들에 대해 소개하고 세계적인 무장장비 발전추세 및 발전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전시회에서 러시아 대표단에게 신형 무기를 소개하는 모습이 공개된 것은 예사롭지 않은 정황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쇼이구 장관의 방북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필요한 무기와 장비 등을 러시아에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를 타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봐야 한다”며 “김정은은 ‘1호’ 세일즈맨이 돼 마치 윤석열 대통령의 방산 세일즈를 흉내 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전쟁 중인 러시아의 국방수장이 모스크바에서 북한으로 이동한 것은 전승절 행사 참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미사일과 탄약이 부족해진 러시아가 북한과의 무기 거래를 논의하기 위해 쇼이구 장관을 평양에 보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북한과 무기를 거래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하게 된다.

이에 앞서 김 위원장은 러시아 대표단을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접견했다.

리훙중 전인대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대표단도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접견했다.

김 위원장은 접견에서 “전승을 안아오기 위해 중국인민지원군용사들이 흘린 고귀한 피와 숭고한 정신과 넋을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형제적 중국인민과의 친선단결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사회주의를 위한 투쟁에서 언제나 중국 인민과 손잡고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