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 등 멸종위기 19종, 세포 동결 보존해 멸종 막는다

입력 2023-07-27 16:17 수정 2023-07-27 16:19
산양 자료 이미지. 문화재청 홈페이지

국내 연구진이 멸종위기 야생동물 19종의 성체줄기세포를 안정적으로 ‘동결 보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질병이나 천재지변으로 멸종위기종의 마지막 개체가 사라졌을 때 세포를 인공증식해 종을 복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산양 등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 19종의 성체줄기세포를 최장 7년 동안 안정적으로 동결 보존하는 데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19종에는 야생생물 Ⅰ급 6종, 야생생물 Ⅱ급 4종, 멸종위기 야생생물 등급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적색목록 멸종위기 등급으로 분류된 9종이 포함됐다. 산양, 미호종개, 물방개, 한강납줄개, 열목어, 뱀장어, 자라, 칼조개 등이다.

생물자원관은 2016년부터 이들 종의 성체줄기세포를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에서 동결 보존했다. 성체줄기세포란 성체 조직을 구성하는 세포로써 새로운 개체로 증식되는 능력이 있다.

장기간 동결 보존한 이들 세포는 1주간 동결한 세포와 비슷한 71~85%의 안정적인 생존율을 보였다. 이는 1980년대부터 멸종위기 동물의 동결보존 연구를 수행한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의 생존율(50% 미만)보다 높은 수치다.

또한 동결 보존한 성체줄기세포 모두 정상적으로 배양됐다. 한강납줄개와 세포 특성이 매우 유사한 각시붕어의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정상 개체로 성장하는 것이 확인됐다.

생물자원관은 이번 동결보존 기술이 암컷과 수컷 개체를 관리해야 하는 기존의 인공증식 방식 대비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모든 개체가 사라진 최악의 경우에 10년 이상 장기 보존된 세포를 이용해 멸종위기 동물을 복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생물자원관의 연구 결과는 이달 말 국제학술지인 ‘저온생물학회지’(Cryobiology)에 투고된다. 특허 출원도 예정돼 있다.

서민환 생물자원관장은 “이번 연구로 동결 보존한 성체줄기세포를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 분산 수장하고 관련 기술을 상호 발전시켜 종 복원이 시급한 우선 복원 대상 멸종위기종의 체계적 보전에 힘쓸 계획”이라고 전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