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70주년을 맞아 방한 중인 6·25전쟁 참전용사와 가족 등 200여명이 27일 오전 전우와 가족이 잠든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했다.
무더위 속에서도 제복을 차려입으며 전우에 대한 예우를 갖춘 참전용사들은 묘비에 꽃을 바치며 참배했다.
참전용사들은 고령에 대부분 휠체어를 타거나 지팡이를 짚은 채 이동했지만, 먼저 간 전우에게 경례를 할 때만큼은 모두 휠체어에서 일어나 예우를 갖췄다.
전우를 찾은 유엔 참전용사들은 한동안 묘역을 떠나지 못했다.
눈물을 보이는 참전용사들도 여럿 보였다. 프랑스에서 온 참전용사는 쓰고 있던 안경을 벗고 연신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기도 했다.
영국 참전용사 레이몬드 미드(92) 옹은 초록색 제복을 차려입은 채 6·25전쟁에 함께 참전한 전우 3명의 묘역을 찾아 헌화했다.
90세가 넘은 노병은 햇볕이 내리쬐는 가운데에도 국화꽃 한 송이를 바치고 한동안 묘비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는 전우를 다시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영국군 참전용사 존 라일러 옹은 군번 앞 4자리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전우를 찾았다.
그는 묘비마다 새겨진 이름을 하나하나씩 살펴보며 30분 넘게 영국군 묘역을 떠나지 못했다.
미국 참전용사 존 트라스크 옹은 전우들이 잠든 비석 한곳 한곳마다 거수경례했다.
한국전쟁 당시 진해에 있는 보급기지에서 복무했다는 그는 “전쟁에 참여한 호주, 필리핀 등 모든 국가가 당시 하나의 국가였다”며 “이곳에 있는 모든 분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 서서 참전용사들을 기릴 수 있어서 정말 진심으로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일정을 마친 유엔 참전용사들은 이날 오후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유엔군 참전의 날 국제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오기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