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기념일) 70주년 행사 참석차 방북한 러시아 군사대표단과 26일 무기 전시회를 참관했다. 김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무인기 등을 직접 소개하며 강력한 군사협력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26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이끄는 러시아 군사대표단과 함께 ‘무장장비전시회-2023’ 전시회장을 찾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쇼이구 장관에게 최근 시기 조선인민군이 장비하고 있는 무기전투기술기재들을 소개하고 세계적인 무장장비 발전추세와 발전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는 또 “제국주의자들의 강권과 전횡에 맞서 두 나라의 자주권과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국제적 정의와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에서 호상(상호)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전시회에는 미국의 첨단 무인기인 ‘글로벌호크’, 프레데터와 흡사한 형태의 무기들이 보였다. 또 ‘화성-18형’ 등 각종 ICBM이 전시된 모습도 포착됐다.
통신은 국방성 주최로 전승절 70주년을 맞아 이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행사는 이날 처음 공개된 것으로, 북한은 2021년에는 ‘국방발전전람회’라는 명칭의 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
강순남 국방상이 김 위원장을 현장에서 맞았고, 김덕훈·조용원·최룡해·리병철을 비롯한 당·정부 최고위급 간부들도 참석했다. 여기에 국방성 지휘관과 조선인민군 대연합부대, 연합부대 군정지휘관들도 자리했다.
이에 앞서 김 위원장은 러시아 군사대표단을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접견했다.
통신은 접견에서 “뿌리 깊은 조·로(북·러) 친선의 역사를 감회 깊이 추억하면서 국방안전 분야에서 호상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과 지역 및 국제 안보환경에 대한 평가와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양측이 견해일치를 보았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회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계기로 심화하는 한·미·일 대 북·중·러 간 ‘신냉전’ 기류에 대한 평가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무기 제공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 군사대표단이 방북한 건 2019년 7월 이후 4년 만이다.
쇼이구 국방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고, 김 위원장은 감사의 뜻을 표했다. 김 위원장과 쇼이구 국방장관은 서로 선물을 교환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 군사대표단, 중국 정부 대표단과 함께 전승절 기념 공연을 관람했다. 평양 소재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공연에는 공훈국가합창단, 국무위원회 연주단, 왕재산예술단을 비롯한 북한의 주요 예술단체가 출연했고, 전시 가요와 전승 찬가 등이 연주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리훙중 부위원장은 공연 시작 전 시진핑 국가주석의 친서를 전달했고, 김 위원장은 이에 사의를 표했다. 시 주석의 친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시진핑 동지가 당 및 정부 대표단을 파견해준 것은 조중친선을 매우 중시하는 총서기 동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앞으로도 형제적 중국 인민과의 친선 단결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군사대표단과 중국 정부 대표단은 지난 25일 평양에 도착했다. 중국은 우리의 국회 부의장 격인 리훙중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끄는 대표단을 보냈다.
북한이 전승절에 외국 대표단을 초청하기는 10년 만으로,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