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5.50%까지 올리며 금리인상을 재개했다. 고금리에도 경제 상황이 탄탄한 것으로 나타나며 경제 연착륙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시장은 이번이 마지막 금리인상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연준은 26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5.00~5.25%에서 5.25~5.50%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미국 금리는 2001년 이후 22년 만에 최고치가 됐다. 한국(3.5%)과의 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인 2.00% 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최근 지표는 경제 활동이 완만한 속도로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몇 달 동안 일자리 증가는 견고했고,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며 경제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그동안 연말 또는 내년 초 가벼운 수준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경고했던 연준 경제학자들이 더는 경기침체를 예측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강한 경제를 보고 있다”며 그것이 금리 인상을 지속할 수 있는 자신감을 줬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부정적인 영향 없이 디스인플레이션을 달성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좋은 일”이라면서도 “더 강한 성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준은 지난 회의 때 금리 전망을 제시하는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 목표 금리를 5.50~5.75%로 제시했다. 이를 달성하려면 향후 회의에서 최소 한 차례 더 0.25% 포인트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
파월 의장은 이에 대해 “향후 회의(9월 19~20일)에 대해서는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며 데이터에 따라 인상하거나 동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다음 회의 때까지 8주가 남았고, 그때까지 두 차례 고용 보고서와 소비자물가지수(CPI) 데이터가 나온다”며 “연준은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고, 과잉반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다만 “올해는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는 과정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리의 지속적인 통화 억제의 완전한 효과가 실현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도 이날 성명에서 “통화 정책의 적절한 입장을 평가하기 위해 경제 데이터를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목표 달성을 방해할 수 있는 위험이 발생하면 적절하게 통화 정책 기조를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남은 세 차례 회의에서 현재 수준의 금리를 연말까지 유지할 가능성을 가장 크게 전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