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달고 산 아들 보고싶다”…故채 상병 어머니 편지

입력 2023-07-26 17:55
지난 20일 경북 예천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숨진 고 채수근 상병 분향소가 마련된 포항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관에서 채 상병의 어머니가 아들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울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예천에서 산사태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의 모친이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려 아들을 향한 절절한 그리움을 전했다.

채 상병의 모친은 지난 25일 해병대 가족들이 이용하는 카페에 ‘감사 인사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부르고 싶어도 부를 아들이 없다는 현실에 목이 멘다”며 “정말 많이 사랑한 우리 아들 수근이 너무 너무 보고 싶다”고 적었다.

이어 “(아들의 죽음이) 지금도 믿어지지 않고 피어야 할 꽃이 일찍 저버려 정말 가슴이 먹먹하고 이게 현실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채 상병은 부모에게 항상 ‘사랑한다’고 말하는 다정한 아들이었다.

모친은 “(아들은) 항상 학교 다닐 때나 군대 가서 전화 통화 말미에 ‘사랑해요’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면서 “지금 이 순간에 우리 수근이만 생각하면 모든 게 받아들이기 힘들고 (아들이) 현관문을 열고 활짝 웃으며 들어올 것만 같아 더 미칠 지경”이라고 여전히 아들의 부재를 믿기 힘든 마음을 전했다.

채 상병의 어머니는 “(아들이) 갑자기 해병대 지원을 했다고 통보해서 놀라고 믿어지지 않았다. 왜 힘든 길을 택해서 가냐 말려도 봤지만, 그래도 남자라면 해병대를 다녀와야 하지 않겠냐고 하길래 저희도 아들 뜻을 존중해줬다”며 “그때 저희 생각을 굽히지 않았어야 했는데 안타깝기만 하다”고 했다.

이어 “이렇게 될 줄 상상도 못 했고 수료식이 마지막이 될 줄(몰랐다)”이라며 “지금도 가슴이 아려오고 그때 많이 보고 대화를 할 것을, 모든 것이 아쉬울 뿐”이라고 했다.

채 상병의 어머니는 그러면서도 아들의 죽음을 함께 슬퍼한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도 전했다.

그는 “먼 길 마다하지 않으시고 전국에서 조문 오시고 함께 마음과 힘을 보태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많은 분의 격려와 위로가 있어서 힘을 낼 수 있었다. 덕분에 무사히 장례도 마치고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며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했다.

또 “수근이 몫까지 우리 부부가 최선을 다해 살아보겠다”고 덧붙였다.

채 상병은 지난 19일 오전 9시쯤 예천군 내성천 보문교 부에서 구명조끼 없이 실종자 수색 임무를 수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14시간 만에 내성천 고평교 하류 400m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자 수색 당시 채 상병이 복무한 부대에서 ‘사단장이 현장 지도를 나와 복장점검을 한다’며 지침이 내려갔는데, 구명조끼 등 기본적인 안전 관련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와 해병대는 일병이던 고인에 대해 상병으로 한 계급 추서 진급을 승인했고, 순직 결정과 함께 보국훈장 광복장을 수여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