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카드사 대상 삼성페이 수수료 무료화 결정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전날 열린 삼성전자의 ‘갤럭시 언팩’ 행사를 앞두고 잡음을 최소화하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수수료 무료화에 안심하면서도, 기한이나 문구수정 등 남은 협의거리가 산적해 마냥 웃지 못하는 모양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신제품 공개행사 ‘삼성 갤럭시 언팩 2023’를 개최했다. 언론, 협력사 관계자 등을 포함해 총 1500명이 참석한 대규모 행사로, 접고펴는 5세대 폴더플본 갤럭시Z플립, 폴드5를 비롯해 갤럽시탭S9, 갤럭시워치6 등이 이날 공개됐다.
지금까지 갤럭시 언팩 행사는 2010년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시작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등 해외에서만 열렸다. 한국에서 언팩 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때문에 삼성전자는 갤럭시 언팩행사 흥행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는 전언이다. 올해 상반기 불어닥친 ‘반도체 한파’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로선 이번 행사를 실적개선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이에 삼성전자가 지난 19일 결정한 카드사 대상 삼성페이 수수료 무료화도 언팩 행사 영향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빅 이벤트’를 앞두고 굳이 비판적인 이슈를 애써 키우지 않겠다는 판단이 작용했단 것이다. 수수료 유료화가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는 약 1500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실적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인데다, 상생금융이라는 좋은 명분까지 챙길 수 있다.
카드사는 일단 한숨을 돌린 기색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결단이 일시적일 수 있는 데다, 계약서에 명시된 ‘1년 단위로 무료화가 자동연장 된다’라는 문구수정 등 남은 세부 협의사항이 많아 마냥 안심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세부조건은 카드사 개별협상 대상이라 이제부터가 진짜 전쟁”이라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