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을 계기로 교사들이 퇴근 이후에도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 공유되면서 학부모 소통 방식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일선 학교에서는 교사 개인의 연락처 공개 없이 학부모와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민간 앱이 활성화돼 있다. 일부 교육청은 교사에게 업무용 휴대전화·전화번호를 제공하는 등 제도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상당수 교사는 아직도 학부모에게 개인 연락처를 공개하고 있다.
맞벌이 등으로 일과 시간 후에야 연락이 자유롭거나 긴급한 사정이 생겼을 때 비상 연락망을 가동해야 한다는 학부모의 요청을 교사들이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이유다. 특히 중·고등학교의 경우 성적 확인, 수행평가 알림 등 학생들과의 즉각적인 단체 공지를 위해 교사들이 개인 연락처를 공개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사들이 공개한 개인 연락처가 시도 때도 없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 창구로 악용되면서 교사들의 고충이 크다고 한다. 숨진 서이초 새내기 교사 역시 개인 휴대전화로 학부모의 민원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육계에서는 학부모 민원 처리 및 소통 방식 개선 움직임이 일고 있다.
우선 교사 개개인이 처리하던 학부모 민원을 다른 공공기관이나 민간 기업처럼 학교 홈페이지, 메일 등에 개설된 통합 민원 창구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교육부 역시 최근 비슷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개인의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고 학부모와 전화 통화가 가능한 공공 앱을 교육부가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알림장, 가정통신문 게시 기능, 전화 통화 기능 등 학부모 소통 기능이 강화된 공공 앱이 있을 경우 교사가 개인 연락처를 공개할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현재 일선 학교에서 교사들이 사용하는 앱은 모두 민간에서 만들어졌다. 각종 광고로 도배돼 있어서 쓰기가 불편하고 공공 업무인데도 사실상 민간에 위탁하는 모양새가 돼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원주현 교사노동조합연맹 정책기획1실장은 “4세대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를 개편하며 앱을 만들 때도 교사 편의를 위해 소통을 돕는 시스템을 고민해 달라고 했지만 교육부가 나서지 않았다”며 “교사 개인정보를 많이 노출하지 않고 학부모와 소통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