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흉기난동을 벌인 조모(33)씨가 “심경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를 거부했다. 조씨는 범행 전날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고 자택 PC를 부수는 등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25일 오후 1시30분부터 조씨를 상대로 사이코패스 진단검사를 하려 했다. 해당 검사는 냉담함, 충동성, 공감 부족, 무책임 등 사이코패스의 성격적 특성을 지수화하는 것으로 40점 중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로 분류된다.
애초 조씨는 검사에 동의했지만 먼저 자술서를 쓰고 싶다며 경찰에 작성 시간을 요청했다. 그런데 조씨는 6시간여가 지난 오후 7시40분쯤 돌연 “오늘은 감정이 복잡하다”며 검사를 거부했다.
조씨는 자신이 쓴 자술서도 경찰에 제출하지 않은 채 유치장에 들고 들어갔다. 자술서는 유치장에 따로 보관됐으며 압수 대상 물품은 아니라고 한다.
경찰은 조씨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연이어 확보하고 있다. 조씨는 범행 전날인 지난 20일 5시쯤 자신의 아이폰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확인한 결과 당일 오후 5시38분부터 해당 휴대전화로 인터넷 브라우저를 이용한 기록이 나왔다. 다음날의 범행과 관련이 있는 검색이나 통화 기록, 메시지 및 사진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이 발각될 것이 두려워 휴대전화를 초기화했다”고 진술했다.
또 그는 같은 날 자신이 사용하던 데스크PC를 망치로 부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조씨 집에서 해당 망치를 확보했으며, PC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조씨의 범행 동기를 추정할 수 있는 진술도 여럿 확보했다. 그는 범행 전 마지막으로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있는 할머니의 집을 들렀다. 조씨는 이 자리에서 할머니가 직업이 없는 자신을 타박해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자신보다 키가 크고 더 나은 조건을 가진 또래 남성에게 열등감을 느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조씨가 조사 때마다 진술을 거듭 번복하고 있어 진위를 계속 따져볼 계획이다.
경찰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조씨의 치료 이력에 관한 자료를 회신받은 결과 그가 최근 5년간 정신질환으로 치료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나왔다. 경찰은 2013~2018년 자료도 조만간 회신받을 예정이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26일 조씨의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연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