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미화원 다리 앗아간 음주운전자…‘뒷발판 악몽’

입력 2023-07-25 16:54
청소차 뒷발판에 올라탄 환경미화원의 모습. 연합뉴스

청소차 뒷발판에 올라탄 채 이동하던 60대 환경미화원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다리를 절단하는 중상을 입었다.

청소차 뒷발판 탑승은 불법이지만, 미화원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관행처럼 여겨진다. 제한된 시간 안에 업무를 마치기 위해선 편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고질적인 ‘뒷발판 사고’도 끊이질 않고 있다.

25일 경찰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30분쯤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 내 도로에서 만취 상태로 차를 몰던 김모(45)씨가 좌회전을 하려고 대기 중이던 구청 청소차를 들이받았다.

환경미화원들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이 사고로 청소차 적재함 뒤편 작업 발판에 매달려 있던 미화원 유모(66)씨가 다발성 골절상을 입어 왼쪽 다리를 절단했다. 유씨는 현재 중앙의료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김씨는 사고 직후 50m가량 달아나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기준 0.08%를 훨씬 웃도는 0.202%로 측정됐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노조는 과중한 노동으로 인한 “예견된 산업재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선 청소차량 작업 발판뿐만 아니라 과중한 노동의 원인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