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이상민 탄핵 기각…수해 현장부터 살폈다

입력 2023-07-25 14:28 수정 2023-07-25 17:48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오후 수해를 입은 충남 청양군 인양리를 찾아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즉시 장관 직무에 복귀한 이 장관은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충남 지역을 방문했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열린 이 장관 탄핵 심판 사건의 선고 재판에서 재판관 9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같이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장관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과 중앙사고수습본부 설치 운영을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중대본 운영 전까지 행안부 및 여러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상황보고, 대응지시 등 교신된 점을 고려하면 국가재난관리시스템의 구축과 운영이 현저히 부실하게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이 장관의 재난대응 방식이 정부의 정책과 행정에 대한 공적 신뢰를 헌저히 해할 정도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했다거나 유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헌재는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피청구인(이 장관)이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해 국민을 보호할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피청구인은 참사 발생을 인지한 때로부터 현장지휘소 도착까지 85분∼105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최소한의 원론적 지휘에 허비했다”며 이 장관의 사후 재난대응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은 맞다고 봤다. 그럼에도 탄핵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어 “이태원 참사는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특정인에 의해 발생·확대된 것이 아니다”라며 “각 정부기관이 대규모 재난에 대한 통합 대응역량을 기르지 못한 점 등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규범적 측면에서 그 책임을 피청구인에게 돌리기 어렵다”고 했다.

논란이 된 사후 발언에 대해선 “피청구인의 참사 원인 등에 대한 발언은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어 부적절하다”면서도 “발언으로 인해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재난안전관리 행정 기능이 훼손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위해 착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경찰 있어도 해결 안 됐어…폼나게 사표 던지고 싶지 않겠나”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 이후 계속된 설화로 곤욕을 치렀다.

그는 참사 이튿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 “그 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받아들여져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조차 비판받자 공식 사과했다.

또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경찰 도움을 요청한 112 신고가 빗발쳤음에도 사실상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파면 압박이 본격화했다. 여기에 이 장관이 참사 발생 1시간여가 지난 후에야 상황을 처음 인지했다는 사실도 드러나면서 야권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발언 논란도 추가로 이어졌다. 그는 경찰의 부적절한 대응이 지탄받던 11월 10일 국회에서 ‘경찰에 대한 일체의 지휘 권한이 없다’고 발언했다. 다섯 달 전 경찰국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있다고 말한 점을 뒤집었다는 야당의 비판을 받았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누군들 폼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나”라고 말했다가 또 사과했다.

즉시 업무 복귀…충남 수해 현장 방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오후 충남 청양군 인양리 지천 제방 복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심판은 국무위원에 대한 헌정사상 첫 탄핵 심판이었지만 기각 결정으로 마무리됐다.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69일 만, 지난 2월 8일 국회가 이 장관의 탄핵 소추를 의결한 날로부터 167일 만이다.

탄핵 심판은 선고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는 만큼 직무 정지 상태인 이 장관은 즉시 장관 직무에 복귀했다. 이 장관은 가장 먼저 수해 현장을 방문하는 등 재난관리 업무부터 먼저 챙길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는 이 장관이 이날 오후 최근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충남 청양군 지천 일대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청양군은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13개 지자체 가운데 하나다.

이 장관은 지천 제방 복구현장을 둘러보고 비닐하우스와 침수 피해 농가의 복구 현장도 살폈다. 그는 정부세종청사의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호우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