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받을래 교육감 할래?’…깨톡깨톡 소통의 시간

입력 2023-07-25 11:19

“1년 전으로 되돌아간다면 현금 100억을 받으시겠습니까 아니면 다시 교육감을 하실 겁니까?”

신세대 공무원의 도발적 질문이 예고 없이 쏟아졌다.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공직사회의 분위기로 볼 때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광주교육의 미래를 다지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이 24일 MZ세대 젊은 공직자 30여 명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 것이다. 이 교육감은 미래를 이끌 젊은이들의 다양한 질문에 비교적 가감 없이 응답했다.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의 시간 ‘깨톡깨톡 광주교육의 미래와 마주하다’ 행사는 이 교육감과 90년 이후 출생한 공무원 34명의 대화로 진행했다.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까지의 젊은 본청 직원들이 참여한 소통의 시간은 직속 상관인 팀장과 과장 등 간부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낸 채 이어졌다.

이들은 사전에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에서 톡톡 튀는 다양한 질문을 모아 이 교육감에게 전달했다.

이후 오픈 채팅으로 모인 질문을 포스트잇으로 붙이고 이 교육감이 이중 무작위로 질문지를 떼어내 답변하는 형식으로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평소 만나기 힘든 조직의 수장을 향한 젊은 직원들의 거침없는 질문에 이 교육감은 민선 8기 1주년의 소회를 스스럼없이 드러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반바지를 입게 해달라는 2030 공무원들의 요청에 쿨하게 OK를 했습니다. 광주시교육청은 어떤가요?”

이 교육감은 “우리도 자유 복장의 날을 만들자. 넥타이 매는 게 싫다. 기왕 본청 식당도 글로벌데이를 만들어 각국 세계 음식을 먹는 날도 만들고 편하게 살자”고 제안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정책을 질문에 “전국 최초로 방학 중 무상급식을 도입하려다 좌초했는데, 반대하는 사람들을 끝까지 설득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답했다.

한 직원이 “만약 1년 전으로 되돌아가 100억 받기와 교육감 되기 중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묻는 대목에서는 어느 때보다 이목이 쏠렸다.

이 교육감은 “선거 때 돈이 많이 들어 보험도 해지했지만, 당선 가능성이 커지니 후원금도 늘어나더라. 내적 만족을 추구할 수 있으면 돈 100억원을 줘도 필요 없다. 성공한 교육감이 되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교육감은 “젊은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소원수리함을 층마다 만들고, 남자직원들을 위한 휴게공간도 조성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광주교육의 비전을 공유하고 상호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한 이날 행사에서 젊은 공무원들은 후생복지 분야 등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 교육감은 “MZ세대는 자기주장이 확실하고 옳지 않으면 쉽게 타협하지 않지만 열정이 가득하다”며 “MZ세대들이 일을 하면서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창의적 교육 정책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